[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말 그대로 '손님이 왕(王)'인 시대가 됐다. 

금융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 계약 해지권 등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5일 시행되고 있다. 

당장 금융소비자의 법률적 권리가 강화되는 동시에 금융사는 금융상품 판매 시 설명 의무를 어기거나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와 관련된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과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등 처벌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시장의 법과 제도가 모두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과잉 진료 논란에 서 있는 한방진료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교통사고 보험금 지급이 줄었음에도 한방 진료비는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진료비는 2019년보다 15.8% 늘어난 1조1084억원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 2조3389억 원의 절반 수준(47.4%)까지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교통량이 감소하면서 자동차보험에 접수된 사고는 2019년(776만8244건)보다 60만건 이상 줄었고, 병의원 교통사고 진료비도 1조2305억 원으로 2.1% 감소했다. 병의원 진료비는 2015년(1조1981억 원) 대비 2.7% 느는 데 그쳤지만,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15년 3576억 원에서 20%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5년 만에 3배로 대폭 증가했다.

업계는 한방 병의원과 환자의 과잉 진료·이용 성향을 한방 진료비 급증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방 의료기관이 양방의료기관에 비해 개원(투자)금액, 운영 및 유지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평균 진료비가 2배 이상 높은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진료비를 보험사가 전액 부담하는 자동차보험 환자의 특성을 이용해 일부 한방의료기관이 과잉치료를 권하는데 따른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정수은 현대교통기후환경연구소 책임전문위원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의 경우 지속적인 증가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 악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명료한 수가 기준 절차 부재로 비급여(한방진료) 과잉진료가 존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과잉진료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설문조사 자료도 나왔다. 

시민단체 '소비자와함께'가 최근 2년 이내 교통사고 후 한방 진료 경험자와 일반 소비자 1212명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보험으로 한방진료를 받은 환자 4명 중 3명은 한약을 일부 버리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만약 교통사고 치료시 첩약 비용을 보험회사에서 지급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지불해야 한다면, 첩약을 어느 정도 받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0.5%는 "아예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치료를 받겠다고 하면 보험사는 과잉진료가 의심되도 막을 법적 장치가 없다"면서 "'아프다'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울 뿐더러 병원 역시 수익을 위해서는 진료를 권고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방쪽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과잉진료'라는 기준이 먼저 만들어지고 의료기간과 보험사간의 고객 데이터가 명확히 공유된다면 이러한 논란은 사그라질 것"이라며 "금융 소비자 의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건전한 금융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 권익 못지 않게 한방 과잉 진료에 대한 의식도 개선되야 하지 않을까.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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