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현대자동차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가 사전계약 신기록에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와 친환경차 보조금 조기 소진으로 초기 판매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7일부터 일주일간 울산 1공장을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울산 1공장은 아이오닉 5와 코나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이 기간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약 1만2500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아이오닉 5는 3만대가 넘는 사전계약 물량을 연내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아의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EV6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월드프리미어를 진행하고 사전계약을 진행했지만 당장 양산과 판매를 위해서는 반도체 재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이오닉 5는 사전계약 첫 날 2만3760대를 기록하며 그랜저를 제치고 국내 완성차 역대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사전계약 대수는 총 4만대를 넘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V6 역시 사전계약 첫 날 2만1016대를 기록하며 브랜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아  EV6. /기아 제공

하지만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품귀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적절한 수요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완성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판단하고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지만 연말에 예상과 달리 신차 주문이 몰렸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자동차 업계의 주문이 줄어든 사이 스마트폰, PC, 서버용 반도체 등 고수익 제품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만 TSMC 등이 반도체 증산을 시작하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분간 현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TSMC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차량용 반도체를 증산하고 있고, 위탁생산을 주문한 반도체 기업 등을 통해 한국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TSMC는 자동차 전장시스템을 제어하는 MCU의 글로벌 판매량 70%를 수탁 생산하는 업체로, 이번 반도체 품귀현상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단기간 내 수급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3분기는 되어야 공급이 늘고, 이로 인해 자동차 공급도 원활해질 것”이라며 “최악으 경우 1년이나 2년이 지나야 수급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흥행의 걸림돌이다.

아이오닉5와 EV6의 사전 계약 대수는 현재까지 약 6만대를 넘어간다. 이는 올해 정부의 전기차 국고보조금 수혜 예상 대수인 7만5000여대(5250억원)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앞으로 사전예약을 하는 소비자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9월경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의 출고가 늦어지면 소비자는 그 사이 테슬라 등으로 갈아탈 수 있다”며 “현재까지 보조금은 전기차 구매 요인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초반 판매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올 1분기 보급형 전기차 ‘모델3’로만 3200대를 팔았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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