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딥체인지 위한 친환경 정책·사회 중심 경영 추진
CEO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최태원 SK 회장 /SK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SK는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50대(시총 기준)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2020년 ESG 평가에서 종합 평점 합계 92.6점, 종합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13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환경(E) 부문 91.3점·A등급 ▲사회(S) 부문에 93.5점·A+등급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93.5점으로 A+등급을 받았다.

SK그룹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위기를 ESG 경영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을 확정하는 등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한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했으며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딥 체인지 방법론으로 ESG 경영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18년 CEO세미나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반대로 기회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환경 주도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도 “지금까지 ESG 이슈들을 적당히 대응 또는 수비하고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환경 분야는 지속성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으로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SK는 2021년 인사와 조직 개편에 ESG 경영철학을 적극 반영했다. 그룹 경영의 전반을 협의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환경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고, 환경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SK는 ESG 추구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ESG 성과를 측정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는 바스프(BASF) 등과 함께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결성하고,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SK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투자 /SK

SK, ‘꿈의 에너지’ 수소사업 본격화 나서

SK는 지난해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 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사업 전략 실행에 곧바로 착수했다.

SK는 국내에서 2023년 3만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8만톤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수소사업을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는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을 선택하면서 ESG 투자 핵심 영역이자 차세대 ‘꿈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SK와 SK E&S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사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지난 1월7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약 1조6000억원(15억 달러)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1997년 설립된 플러그파워는 수소 사업 밸류체인 내(內)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 (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매년 약 50%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SK는 수소 사업을 신호탄으로 2021년을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 실행을 본격화하는 원년(元年)으로 정하고, 조직 개편 등 회사 역량을 결집해 「투자 전문 회사」로의 진화를 가속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4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기존 ‘투자 1센터, 2센터, 3센터, I Cube센터’ 등의 명칭도 ▲첨단소재 투자센터 ▲Green 투자센터 ▲Bio 투자센터 ▲Digital 투자센터로 변경했다. 미래 성장성이 좋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영역별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투자 생태계(Eco System)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자회사 SK E&S를 중심으로 생산부터 공급까지 수소 밸류체인 통합 운영 계획을 갖고 있고, 이런 배경은 SK가 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SK는 수소를 포함한 그린 사업을 4대 사업의 한 축으로 정하고, 자체 성장과 M&A를 통해 202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000억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 제품 /SK

SK 계열사도 ESG 중심의 비즈니스 확장

SK하이닉스는 1월 14일 ESG 경영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그린본드를 발행한 경우는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SK E&S는 지난해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80만평)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AI, Cloud 등 New ICT 기술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전국의 사옥 및 교환국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SK건설은 지난 1월 19일 IBK캐피탈, LX인베스트먼트와 친환경 사업투자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각 사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발맞추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혁신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ESG 투자를 선도할 계획이다. 주요 협력 분야는 ▲친환경 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 ▲친환경 사업 추진 관련 금융지원 ▲기존 친환경 기업의 사업 활성화 지원 등이다.

SK건설은 지난해부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며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친환경 기술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국내외 기술혁신기업들을 직접 발굴해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 빠르게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친환경 경영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글로벌 웨이퍼 업계 중 최초로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전 제품 ‘카본 트러스트’ 인증을 획득했다. 반도체 웨이퍼 원·부자재서부터 웨이퍼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부소장은 “ESG 경영은 최근 화두가 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SK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업계에서도 선두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등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SK, 지주사로서 ESG 경영 전략 강점…직접 실천은 아쉬워

SK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ESG 경영이 필수적 요소로 여기고 딥 체인지를 목표로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성격상 다른 산업군에 비해 환경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활동이 적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SK는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 항목 가운데 환경(E)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91.3점으로 A등급에 머물렀다.

최고경영자의 의지나 환경조직 및 문화 등에서는 높은 1.2의 가중치로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직접적인 환경 이슈인 용수 재활용율이나 폐기물 재활용율에서 비교 업종 대비 낮은 활동으로 0.8의 가중치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공급망 관리, 친환경 제품 개발 및 서비스 개발, 미세먼지 배출량 등에서는 업종 평균치와 같았다.

반면 사회(S) 부문과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각각 93.5점, 93.5점의 동일한 점수 얻어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사회 분야에서는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가 미흡하다는 판단으로 업종 평균보다 낮은 0.8의 가중치가 부과됐다. 또 고용 안정성과 고용 및 근로조건에서는 평균치에 그쳤다는 점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임원·직원 보수의 적정성, 주주와의 소통 부문에서 0.8의 가중치로 평점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정량 평가인 임원·직원 보수의 적정성을 살펴보면 업종 평균은 10.2 수준인 반면 SK는 40.7로 임원의 보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측은 “SK는 전반적인 ESG 경영 실천에서는 높은 점수를 유지했지만, 지주사 성격상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직접 실천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에 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소폭 아쉬운 부분이 나타났는데, 이를 개선한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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