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외야석.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장 옥외광고가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프로야구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10년대다. 2012년 7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2016∼2018시즌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당시 야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프로야구가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꼽혔다. 옥외광고 중에서 가장 효과가 있는 게 야구장 광고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기업들은 앞다투어 ‘야구 마케팅’을 시도했다. 

야구장 광고는 프로야구단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야구장 내 광고는 포수 뒤편, 그라운드, 내외야 관중석, 외야 펜스, 전광판 등 다양하다. 외야는 기업들이 특히 선호하는 광고 공간 중 하나다. 구단들의 광고 영업 방식은 제각각이다. 광고 단가도 구장마다 다르지만, 외야 펜스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비교적 적은 금액에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광고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프로야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들이 야구장 광고를 꺼리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은 인기 팀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 구장이어서 관중이 많이 찾고, 효과가 좋아서 광고주들이 선호화는 구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 시즌 잠실구장의 외야 펜스 광고판은 개막 직전에서야 다 채워졌다. 외야 상단 광고판은 곳곳이 비어 있다.

고척스카이돔 외야 펜스 광고판 곳곳이 비어있다. /이정인 기자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십 등으로 구단 살림을 꾸려가는 키움 히어로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의 외야 펜스 광고를 다 채우지 못했다. 기업들의 광고로 빽빽해야 할 외야 펜스 광고판에 빈 공간이 눈에 띄게 많다. 키움은 지난 시즌에도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시즌도 광고 영업이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작년과 다르게 유관중으로 개막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 및 방역 조치에 따라 현재 2단계인 수도권 잠실, 문학, 수원, 고척은 10%, 1.5단계인 비수도권 사직, 대구, 창원, 광주, 대전은 30% 관중 입장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프로야구는 무관중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관중 경기는 입장 수익뿐만 아니라 광고 수입에도 큰 타격을 준다. 수도권 A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지난 시즌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야구장에 광고를 한 기업들도 속을 끓였다. 올 시즌에도 코로나 변수가 있으니까 야구장 광고를 잘 안 하려 한다”며 “많은 기업이 변수가 없는 TV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 광고 예산을 늘리고 스포츠 등 옥외광고 예산은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 팀인 NC 다이노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단이 광고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내외 경제 침체가 심해지면서 구단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관중 입장 비율을 높여도 모자랄 판에 무관중 전환 가능성이 고개를 들어 구단들은 속이 탄다. A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광고 수입까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다’고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광고 수입 감소는 프로야구의 위기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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