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올 시즌 첫 승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60승 고지에 올랐다./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아름다운 제구였다. 바깥쪽 몸쪽을 오가는 칼날 제구와 편안한 운영으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뉴욕 양키스 강타선을 잠재우며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 이어 한국인 빅리거 2번째로 통산 60승 고지를 밟았다. 
 
류현진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95개의 공을 뿌리며 6.2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흠잡을 곳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호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2.92에서 1.89까지 떨어뜨렸다. 류현진의 호투에 타선까지 힘을 낸 토론토는 양키스를 7-3으로 제압하며 연패 행진을 끊었다. 
 
◆ ‘사이영상 2위’ 2019시즌 페이스 능가
 
2021시즌 류현진은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했던 2019시즌 초반 페이스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올 시즌 3경기에 선발로 나서 19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1.89를 마크 중이다. 경기 평균 6이닝 이상을 먹어 치우며 '이닝 이터'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19이닝 동안 탈삼진 19개를 잡았고, 볼넷은 단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초반 3경기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의 페이스다. 가장 좋았던 2019시즌을 뛰어 넘는다. 다저스 소속이던 2019년 류현진은 첫 2경기에서 2승을 수확했다.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세 번째 등판이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경기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호소하며 1.2이닝 2실점에 그쳤다.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9시즌 첫 3경기 류현진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7을 마크했다. 몸 상태를 회복한 뒤 5월부터 압도적인 페이스로 내달렸고,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역대 최고 스타트를 끊었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 수년 동안 발목을 잡던 부상 악재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스스로 “지난해 초반보다 몸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비친다. '건강한' 류현진은 예리한 제구력과 로케이션 그리고 구속 저하 없는 패스트볼로 '괴물'의 명성에 걸맞은 압도적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류현진이 커터와 체인지업의 환상 조합을 앞세워 뉴욕 양키스 강타선을 잠재웠다. /연합뉴스

◆ 커터와 체인지업의 환상 조합
 
'괴물'의 비상을 돕는 날개는 단연 컷패스트볼(커터)과 체인지업이다. 이날 양키스와 경기에서 보여준 커터와 체인지업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양키스 타자들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커터와 체인지업 그리고 포심패스트볼과 커브로 이어지는 류현진의 투구 앞에 고개를 떨궜다. 
 
류현진은 이날 95개의 공을 뿌렸다. 래퍼토리가 다양했다. 4가지 구종을 섞어 던졌다. 포심패스트볼 26개(27%), 체인지업 22개(23%), 커터 33개(35%), 커브 14개(15%)를 기록했다. 커터와 체인지업이 55개로 전체 58%를 넘는다. 전체 20개의 아웃카운트 중 탈삼진 7개를 뺀 13개를 병살타 2개 포함 땅볼 9개와 뜬공 2개로 채웠다. 
 
땅볼과 탈삼진이 아웃카운트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단연 커터와 체인지업 위력 덕분이다. 우타자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보다 더 예리하게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커터는 류현진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결정구다. 여기에 보더라인을 찌르는 포심패스트볼과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까지 빛을 발했다. 타자로서는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4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해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양키스를 상대로 류현진은 최고 구속 92.4마일(시속 약 149km)을 찍었다. 시속 150km에 못 미치는 구속이었지만 공이 원하는 곳에 정확히 꽃히며 ‘언터처블’ 위력을 떨쳤다. 
 

류현진이 세간의 저평가를 뚫고 '슈퍼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연합뉴스

◆ ‘슈퍼에이스’ 류현진
 
최근 미국 매체 ESPN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에이스 랭킹 톱10을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 3년간(2018~2020년) 이닝, 평균자책점, WAR(대체선수승리기여도), 조정수비무관평균자책점(xFIP) 4개의 지표를 중요하게 반영해 순위를 매겼다.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셰인 비버, 워커 뷸러, 애런 놀라, 트레버 바우어, 다르빗슈 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맥스 슈어저, 루카스 지올리토가 포함됐다. 류현진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톱10에 포함된 선수들과 비교해 객관적인 성적에서 밀리지 않았으나 부상 이력 등으로 저평가를 받았다.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에 비해 탈삼진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를 장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칼날 제구를 바탕으로 펼치는 완급 조절과 경기 운영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다. 땅볼 유도와 위기 관리능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래퍼토리가 다양하고 수 싸움에 능해 기복이 적다. 어떤 상황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며 배짱 있는 투구를 펼치는 게 바로 류현진이다. 콜과 올 시즌 개막전 에이스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 
 
완벽한 투구로 양키스 징크스를 털어내고 시즌 첫 승을 올린 코리안 몬스터. ‘저평가’에 대한 물음표를 다시 한번 지우며 ‘슈퍼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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