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민단체, 청와대 청원 등 국민적 반감 높아져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사드와 화이트리스트 갈등으로 대표되는 동북아 무역질서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로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행위를 규탄하며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을 논의에 나섰으며, 시민단체 등도 즉각적인 지소미아 파기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거부를 주창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14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신임 주한 일본대사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 본국에 잘 전달하라”고 밝혔다.

이 자리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의 신임장을 전달했던 자리로, 상대국 대사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현안과 관련해 수위 높은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잠정 조치'를 포함해 제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지시했다. 잠정 조치 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일본이 방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가처분 신청'과 같은 절차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본 교과서 내 독도를 명기한 역사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배상 등의 과거사 문제들로 악화된 한·일 양국 관계가 한층 꼬일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가 가장 유력한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제시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의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 이중 삼중수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더라도 제거되지 않아 바다에 떠다니게 되고, 인체에 흡수될 경우 피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후쿠시마 발전소 폭파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2013년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고,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9년 우리 정부가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오염수를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 듯 하다”며 망언을 내뱉자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강력한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해상 방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처리에 따른 담화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본은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국제 공공의 건강과 안전, 주변국 국민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종교환경회의 회원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에 반대하며 집회를 진행 중이다. /한스경제

 

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는 '사요나라 원자력발전 1천만인 행동 실행위원회'가 13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와 제1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화상으로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외교·사법적 해결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각자 검토하기로 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시민단체 등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어민 등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외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4개국의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국내 환경단체들 역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의 결정을 ‘핵 테러’로 규정하고 방류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바다 방류를 막이 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시되는가 하면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민감정 악화로 새로운 NO 재팬 운동을 이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본이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에 협의 없이 오염수 방출을 결정함에 따라 아베 퇴진 이후 다소 누그러진 양국 무역갈등이 이번 오염수 방출 문제로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이은 또 다른 무역갈등으로 재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북아 무역질서는 현재 사드 설치, 위안군 합의 갈등을 위시한 영유권 문제로 복잡하게 엮인 상황이다. 국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일본의 일방적 방사능 폐수 방류가 실제화할 경우 경제교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경제계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국제사회의 중재 속 원만한 합의를 바라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전면적인 무역공격 양산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중일 경제가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대단위 피해를 감수하면서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악화된 국민 감정은 이전보다 강화된 소비자 운동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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