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X공사 공정위에 LG 신고…현실은 ‘글쎄’
왼쪽부터 LG 출원 상표와 한국국토정보공사 출원 상표 /특허청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난 14일 LG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하면서 LX 사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지난달 26일 LG그룹에서 분할되는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가 자사 사명을 사용한다며 이를 제지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은 공공·민간 기업의 동일 브랜드 사용에 대해 공공기관의 신뢰성과 공신력 하락, 국민 혼란 가중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LX는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의 5’에 명시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판단해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LX 상호와 상표 사용 관련 공사 측 주장에 독점적인 사용권을 인정해 달라는 논리는 상표법 이해가 결여 된 과도한 수준의 요구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업과 국가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지난 2012년 LX라는 새로운 CI를 공개하며 ‘LX대한지적공사’,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 개칭했다. ‘LX’에 대해 상호나 별도의 상표로 사용하고 있지 않고, 영문 약칭으로만 써왔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영문 약칭인 ‘LX’에 대해선 지난달 뒤늦게 상표를 출원한 상태다.

LG 측은 다음달 초 출범하는 신설지주사명을 LX홀딩스로 확정하고, 지난 2월 ‘LX홀딩스’를 포함해 LX하우시스, LX판토스 등의 계열사 상표를 출원했다. 출원한 상표가 디자인 상의 식별성을 충족하고 있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차이, 사업 영역 등에서 확연히 달라 공사 측 우려와 불만과는 달리 ‘LX’의 사명과 상표 사용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다.

상표법상 상표는 알파벳 두 자로 구성된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 등록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형 또는 독특한 필체 등을 더해 식별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상표의 유사 여부는 해당 상품에 관한 수요자의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상품출처의 오인 및 혼동 염려가 없는 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16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LX의 검색결과로 집계되는 상표 수는 약 1000여건에 달한다. LX가 포함되거나 LX를 대표 상표로 쓰고 있는 기업의 수다. 심지어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012년 ‘LX’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동일 문자를 적용한 상표가 등록된 바 있으며, 2012년 이후에도 다수의 기업체에서 상표등록을 진행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독점적 사용을 주장할 수만은 없는 맥락이다.

또한 현재 개별법에 의해 약 350여개의 국내 공공기관들이 사명을 보호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을 비롯한 민간기업들은 해당 공공기관의 사명과 유사한 사명은 사용할 수 없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입장은 사명이 아닌 약칭에 대한 권리까지 보호받겠다는 것으로 일반 국민과 민간기업들의 상표 등록 권리를 궁극적으로 침해해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주장처럼 기관과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다. LX홀딩스는 자회사 경영관리, 브랜드 관리 등을 주로 영위하고, LX의 자회사들 역시 종합상사업, 물류, 반도체 설계, 화학소재업을 중심으로 한 B2B 기업이다. 인테리어 B2C 사업자인 LX하우시스의 경우에도 2006년부터 자체 하위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축적해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준정부기관으로서 책무보다는 사명을 놓고 이슈 몰이를 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의 행보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창학 전(前) 사장이 갑질논란 이후 해임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업무에 복귀해 사상 초유 '두 사장 체제'라는 내홍에 쌓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면피성 대응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번 사안에 대해 “일반 수요자들에게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사업자인 ‘지적공사’로 인식되고, LX홀딩스는 ‘LX그룹’으로 인식될 것임으로 관념에서도 상이해 유사한 이름과 상표로 오인하거나 혼돈될 우려는 적어 보인다”며 “준정부기관이라는 입지와 저명성을 이유로 브랜드 가치를 운운하며 사용 중인 약칭마저도 민간 기업에서 상호나 상표로 사용조차 못하게끔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LG 측은 대화를 통해서 현안을 해결하자는 당초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양사간의 원만한 협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상생협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