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조성진 기자] 필자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살던 2018년 10월 한국에서도 대서특필된 뉴스는 현지 전역에 마리화나가 전면적으로 합법화된 소식이다.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던 마리화나가 현지 정부의 공식적인 허가로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을 의미한 날이다.

그렇다면 당시 캐나다 정부는 왜 마리화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인가? 일각에서는 쥐스탱 트뤼도의 지지율을 챙기기 위한 ‘민심 이끌기’ 정책으로 이를 해석했다.

하지만 실상은 세금 문제에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당시에도 캐나다인의 42.5%(약 500만명)가 마리화나 경험이 있었다. 음지에서 거래되는 마리화나 유통 규모만 46억 캐나다 달러(약 4조12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될 정도였다. 문제는 이 돈이 마리화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범죄조직 및 불법 대마상에게 흡수됐다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는 마리화나에 공식적인 허가를 부여해 지지율은 물론, 세금징수 효과도 챙겼다.

현재 비트코인 투자열풍과 당시 캐나다의 마리화나는 닮은 구석이 있다.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현재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비트코인 투자 광풍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캐나다에서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어도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이를 경험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양국의 태도는 극명히 갈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며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육성법상 정한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앞선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에서 저희는 조금 달리 생각하고 있다"며 "예컨대 그림을 사고팔 때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그림 투자까지 정부가 다 보호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루에 2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더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와 은 위원장의 입장은 현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 광풍을 여전히 제도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정부분 공감이 된다. 비트코인의 기원이 중앙은행 통화 발행의 불신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이를 제도권으로 인정하느냐는 여전히 많은 이해충돌 부분이 존재한다.

애초에 화폐라는 개념, 즉 그린백(Greenback)은 19세기 남북전쟁을 치루기 위한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미 재무부에서 발행하며 시작됐다. 이후 1971년 닉스 대통령이 미국의 금 태환을 정지하며 금본위제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기업의 신용, 개인의 신용으로 금융 활동을 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비트코인 발행이라고 할 수 있는 ‘채굴’은 고성능의 컴퓨터로 주어진 연산을 풀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비트코인은 금이나 신용에 대한 담보가 아닌, 불명확한 컴퓨터 연산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다만 확실한 건 오늘날 ‘비트코인 열풍’이라는 바람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아닌, 거대한 태풍이 됐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부정적이던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역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펀드 상품을 준비한다고 27일 발표했다. JP모건의 원래 핵심업무가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 시장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의 세금징수에 대한 입장은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홍 부총리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술품을 거래해서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며 생긴 소득에 대해 과세가 있는 건 불가피하고, 관련 입법 조치도 완료됐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과 미술품 투자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선 ‘미술품 투자’ 자체가 불법이 아닐 뿐더러, 다수의 국민이 아닌 극소수만 미술품을 사고, 판매한다.

이 현상을 음지의 문제냐 양지의 문제냐의 기준으로 고민을 해야지, 불법이지만 국민 개개인을 상대로 세금을 뜯어내겠다는 이중잣대는 선진국 정부의 모습답지 않다.

캐나다처럼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는 주장도 아니고, 무작정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인정하라고 떼를 쓰는 것도 아니다. 불법이면 불법, 합법이면 합법이지, ‘불법이면서도 관련 세금은 뜯어내겠다’는 정부 정책은 이 세상 어느 나라 국민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성진 기자

키워드

#비트코인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