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8일 야구계를 뜨겁게 달군 인물은 정용진(54)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었다. SSG 랜더스의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은 27일 평소 소통창구로 애용하는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 하우스'에 등장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은 신세계의 ‘유통 라이벌’인 롯데 그룹의 수장인 신동빈(66) 회장이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정 부회장은 “내가 롯데를 도발했기 때문에 (신)동빈이 형이 야구장에 왔다”며 “(신)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거침 없는 발언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와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주를 겸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저격 대상은 롯데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넥센 시절 히어로즈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히어로즈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안 팔았다"며 과격한 언어로 뒷얘기를 털어놨다. 이어 “(키움이) 우리(SSG)에 졌을 때 XXX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인) 허민과는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며 선전포고에 가까운 말을 했다.

정 부회장의 파격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클럽하우스에 깜짝 등장해 약 1시간 20분 동안 야구팬들과 대화하며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다”라며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 걔네(롯데)는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정 부회장은 야구계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지난 2월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 뒤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SSG 야구단의 새 이름은 물론 홈구장 운영 계획 등을 직접 밝혀 크게 화제가 됐다. 개막전 승리 주역인 최주환(33), 최정(34)에게 ‘용진이 형 상’이란 이름으로 한우 세트를 보내고, 직접 야구단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 구단주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신개념 구단주’인 정 부회장의 행보는 야구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프로야구에 정 부회장이 가진 화제성이 활력소 구실을 하고 있다. 친근하고 젊은 이미지를 지닌 정 부회장의 행보가 KBO리그를 ‘붐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구계에서 정 부회장의 이번 발언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비속어를 써가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뒷얘기를 풀었다. 다른 구단과 물밑 협상을 먼저 폭로하고 비난하는 일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구단주의 발언과 행동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특히 재계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인 정 부회장이라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정 부회장은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구단을 향한 지나친 도발이나 과한 신경전은 구단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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