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추추트레인’ 추신수(39ㆍSSG 랜더스)의 KBO리그 데뷔 첫 해 성적은 올해 프로야구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올 시즌 추신수가 타율 3할 이상에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적응이 끝나면 진가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40경기를 치른 시점에도 '추추트레인'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신수는 24일까지 39경기에서 타율 0.228(136타수 31안타) 8홈런 2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4를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KBO리그 첫 만루포를 쏘아 올리는 등 홈런 8방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타율은 빅리그 통산 타율(0.275)에 한참 못 미친다. 볼넷을 29개 얻었지만, 삼진도 38번 당했다. 추신수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다. 최근 타격감이 괜찮졌으나 아직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교 졸업 후 지난해까지 미국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그는 올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빅리그 투수들과 국내 투수들의 구속과 성향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도 차이가 있다. 시즌 전 급하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추신수에겐 KBO리그와 친해질 시간이 더 필요하다.

추신수의 구종별 타격성적.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현재 개선해야 할 점은 변화구 대처 능력이다. 빅리그 투수들은 패스트볼 위주로 정면 승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가 많은 편이다. 빅데이터 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의 자료에 따르면, 추신수는 22일 인천 LG 트윈스전까지 '브레이킹 볼(커브, 슬라이더)'에 타율 0.130, OPS 0.406로 약했다. 헛스윙률도 38%에 이르렀다. '오프 스피드 피치(체인지업, 스플리터)'에도 타율 0.105, OPS 0.555, 헛스윙률 21%로 맥을 못 췄다. 반면 패스트볼 계열 타율은 0.262, OPS는 0.898로 준수하다. 

추신수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승부에도 애를 먹고 있다. 심판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스트라이크존 상하가 짧고 좌우가 길다. 국내 투수들은 미국보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를 넓게 쓴다. 빅리그의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한 추신수는 왼손 타자 기준 몸쪽과 스트라이크 높은 쪽 코스의 공들은 잘 공략하고 있다. 타율이 0.308, OPS가 0.994에 이른다. 반면 바깥쪽 공에는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타율 0.180, OPS 0.552에 그친다.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공에 약하다. 앞으로도 상대 투수들은 추신수의 바깥쪽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지표는 추신수의 패스트볼 관련 타격 세부 성적이다. 그는 빅리그 시절 '패스트볼 킬러'로 불렸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추신수의 패스트볼 계열(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싱커) 타율은 0.316(3509타수 1108안타)로 전체 타율(0.275)보다 높다. 전체 홈런의 73%를 빠른 공을 공략해 뽑아냈다. 

KBO리그에서도 시속 150km 이상 강속구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속 150km이상 패스트볼에 타율 0.375, 장타율 0.750, OPS 1.125%를 마크했다. 헛스윙률은 13%에 그친다. 오히려 시속 145km이상 패스트볼 타율은 0.262, 시속 145km 이하 타율은 0.220로 비교적 느린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였다. 올 시즌 KBO리그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42km다. 미국에서 20년간 뛴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평균인 시속 150㎞짜리 공에 익숙하다. 그는 1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29)의 시속 157km짜리 빠른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세부 기록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추신수가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과 투구 템포에 적응한다면 더욱 무서운 타자로 진화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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