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비급여로 먹고 사는데…목숨걸고 반대하겠죠"

12년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의료계를 두고 보험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공통된 목소리다. 심지어 의료계 종사자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결국, 의료계의 사익 편취 때문에 '제2의 건강보험'이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과 역행하면서 아나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좀처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의료계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라고 권고한 뒤 12년째 개인정보 유출문제에 의료민영화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에도 법안의 논의됐지만 정무위에서 무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안을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12년째 요지부동 반대표만 던지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 우려지만, 속내는 밥그릇을 뺏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험료 청구 간소화로 보험사와 중개를 심평원이 위탁하게 되면, 심평원이 정보를 집적하거나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을 심사할 것, 크게는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여 병원마다 금액의 차이가 있으며 비용의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시력교정술료(라식, 라섹) ▲치과보철료(임플란트, 크라운) ▲도수치료 ▲초음파 검사료 ▲MRI 진단료 등이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 있다. 

비슷한 치료라도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다르고, 대부분 고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주 수익창출 구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고객에게 비급여항목의 진료를 유도해 수익을 올리는기도 한다. 

정부는 음지에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과 내역을 공개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매번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12년째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역기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결국, 의료계의 밥그릇 때문에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고객들은 아나로그 방식의 청구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더 이상 미루기에는 송구스럽다", "디지털 혁신을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의료계의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종이 서류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안 발의와 토론회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의료계에서 자기 밥그릇은 절대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의료계의 입김이 워낙 세게 작용하기 때문에 청구 간소화 법안 발의나 토론회가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라고.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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