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센을 둘러싼 덴마크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13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나온 따뜻한 동료애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은 0-0이던 전반 42분쯤 왼쪽 터치 라인 부근을 달리다 갑자기 쓰러졌다.

긴급 투입된 의료진은 10분 가량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이때 동료 선수들은 울먹이면서도 에릭센의 주변을 에워싸 치료 장면을 가렸다. 또한 충격에 빠진 에릭센의 부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경기 진행요원들이 흰색 가림천을 세운 가운데 들것으로 에릭센을 경기장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선수들은 주변을 에워싸며 동료애를 발휘했다. 이후 재개된 경기에서 핀란드는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했지만,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자제하며 에릭센의 쾌유를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같은 날 지구 반대편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레바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서도 동료애가 표현됐다. 에릭센과 과거 토트넘 홋스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손흥민(29)은 후반 20분 상대 핸들링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 넣은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23'을 표현했다. 23은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번호다. 손흥민은 카메라를 향해 "힘내, 사랑해!(Stay strong, I love you)"라고 외쳤다.

단순히 동업자 정신을 넘어 따뜻한 인류애가 포함된 동료애를 그동안 스포츠 취재 현장에서도 제법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8일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부천 하나원큐의 경기에서 우리은행 박지현(21)은 경기 후 예정된 시간에 인터뷰실에 들어오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경기장 한 켠에서 기자와 만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한 관계자는 “박지현이 선배 김정은(34)의 부상으로 충격을 받았고 한참을 울어 제 시간에 인터뷰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박지현은 코트에선 강한 승부욕을 발휘하곤 하지만, 대선배의 부상에 적지 않게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음을 터뜨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33)의 따뜻한 배려도 생각이 난다. 그는 수 년 전 태릉선수촌에서 기자와 스탠딩 인터뷰를 하던 중 세심하게 배려했다. 인터뷰를 하던 중 저 멀리서 차가 오자 위험하다며 기자를 다른 쪽으로 안내했다. 그 외에도 기자 휴대전화의 인터뷰 녹음 상태를 걱정하는 등 사소한 언행에서도 따뜻함과 배려가 묻어났다.

세상이 각박해지다 보니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렇게 그리워질 수 없다. 하물며 식당에서 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점원이 불친절하면 다시 가기가 꺼려진다. 서로를 배려하는 언행이 그만큼 중요하다. 같이 일하는 관계에서라면 동업자 정신만 가져도 최소한 세상은 살 만하다. 덴마크 선수들과 박지현, 기보배가 보여준 것과 같은 따뜻한 동료애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기억에 색깔이 입혀지면 추억이 된다고 했다. 냉정한 승부만 있을 것 같은 스포츠 세상에도 동료애라는 따뜻함이 더해지길 기대해 본다. 스포츠 세상에도 기록을 넘는 감동이 필요하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