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 업계, 미·일 공조로 투자 확대 나서
삼성전자, 미국 투자 계획 세웠지만 구체화는 아직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TSMC·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추가 투자를 이어가며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탓에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는 애리조나 주가 거론되지만, 삼성전자는 주 정부들과의 세금 감면과 인프라 혜택 등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라는 입장만 거듭하는 상황이다. 수 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쉽사리 결정하기도 어렵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크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최근 일본에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바탕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TSMC가 일본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TSMC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을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 공장에는 반도체 회로선폭 16나노(㎚, 10억분의 1m)와 28나노 기술이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한다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TSMC에 약 190억엔(2000억원)의 보조금 지원에 나섰다.

TSMC는 올해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도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해 향후 3년 동안 공장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1000억달러(111조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 외에도 세계 D램 생산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향후 일본에 공장 투자 확대와 장비·재료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일본 정부의 공급망 강화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일본 내 공장 투자도 확대해 일본 정부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이달 초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4세대(LPDDR4x)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이 양산하기로 한 1α나노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4나노 D램에 해당한다.

이에 마이크론은 일본에 신규 공장을 세우고 일본과 협력해 5세대 D램을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이처럼 강력한 경쟁사들이 미·일 합작으로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투자 소식을 알리면서 삼성전자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장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마이크론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고, 파운드리 분야에선 선두인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직전분기 54%에서 55%로 증가한 반면, 삼성은 기존 18%에서 17%로 작아지는 등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상반되게 더딘 행보를 보이는 삼성전자를 놓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총수인 이 부회장의 부재가 클 것이란 게 중론이다.

대규모 투자의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총수가 나서줘야 하는데, 현재 수감중인 이 부회장의 빈자리로 인해 한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재계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날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지난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국무총리에 건의했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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