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스틸./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디즈니·픽사가 새 애니메이션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17일 개봉)를 관객 앞에 선보였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바다괴물’이라는 이질적인 정체성을 지닌 두 종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편견과 차별을 딛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두 친구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청량한 바다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루카와 알베르토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도 돋보인다. 조성연 마스터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등 한국인 제작인도 ’루카‘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조성연 마스터라이터는 빛으로 시간과 공간, 장소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카메라 연출을 담당하며 캐릭터들의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조성연 마스터라이터(왼쪽)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다음은 김성영·조성연과 일문일답

-’루카‘가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김성영: 서정적으로 그리려고 한 부분이 많다.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감독이다. 삶과 죽음 등 인생을 관통하는 ’소울‘같은 작품보다는 소소한 주제를 예쁘게 담고 싶어하는 부분이 강했다. 그 부분에 집중했다.

조성연: 감독님이 어린 시절 추억을 두 소년의 우정으로 표현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추억을 회상하는 영화라 굉장히 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다괴물의 비늘이나 색감 등 캐릭터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김성영: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알베르토가 루카와 싸운 뒤 혼자 바다괴물로 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은 석양을 등지고 괴물이 일어나듯 표현하려고 했다. 카메라 앵글이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방향으로 촬영해 변신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조성연: 변신하는 장면이 되게 어려웠다. 물을 맞으면서 변신해야 하는데 물이 어색하게 튀면 안 됐다. 그래서 그 부분을 감독님이 ’오케이‘ 할 때까지 고치고 고쳤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괴물로 변하면서 눈 색깔도 변하는데 무섭지 않지만 괴물처럼 보이기 위해 연구했다.”

-작품에 참여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조성연: 청량한 여름을 표현하기 위해 수채화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채도도 높아서 다른 영화보다 굉장히 밝아 보인다.

김성영: 상상과 실제 세계의 앵글과 샷을 다르게 표현했다. 실제 세계는 삼각대에 놓인 것처럼 디자인했고, 상상 세계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듯 찍었다. 롱테이크를 더 많이 쓰기도 했다.

'루카' 스틸./

-해외여행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탈리아 바닷갈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소년의 우정이 청량하고 서정적이었다. 관객들에게 기대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조성연: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을 회상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면 좋을 듯하다. 뭔가 도전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많은 친구나 자녀가 있다면 같이 관람하면 우정도 쌓이고 응원과 용기를 얻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성영: 여행 가기 힘든 시기라서 큰 스크린에서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찍을 때도 아름다운 풍경을 굉장히 서정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쓰면서 경치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찍었다.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 픽사는 어떤 직장인가. 외국인이라 느끼는 다른 부분도 있나.

김성영: 픽사는 외부에서 꿈의 직장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여러 직원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기회의 문을 공평하게 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여서 그 부분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두 번째는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도 매년 새로운 것들을 찍고 공부해야 해서 오래 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조성연: 픽사는 다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도 여러 문화를 소개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직원도 미국 사람뿐 아니라 다민족이 일하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일하면서 불편하지 않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발전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성영: 예전보다 많이 발전됐지만,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좋은 작품들을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가 없다는 점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단발성으로 개봉하는데, 그 부분의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TV 시리즈를 길게 만드는 느낌이 나는 것도 그렇고요. 연속적인 시리즈가 나올 수 있는 스튜디오가 나온다면 앞으로 K-애니의 가능성은 더 밝다고 생각한다.

조성연: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선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꾸준히 성과를 내지만, 이후 상업영화로 진출하는 예는 드문 것 같다. 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생겨서 그들의 재능이 대중에게 보였으면 한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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