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왼쪽)과 이재영.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스포츠계 학교폭력(학폭)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이재영, 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배구계에 따르면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22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선수 인권 센터 발족을 제안하면서 쌍둥이 자매를 2021-2022시즌 선수로 등록하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이재영은 V리그에서 뛰게 하고, 이다영은 임대 형식으로 해외 리그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스포츠에이전시 CANN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다영이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와 계약했다”며 “한국 국가대표 출신 세터 이다영은 그리스 1부 리그에서 뛰는 첫 한국인 선수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선수가 복귀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월 이들 쌍둥이 자매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도 같은 날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쌍둥이 자매는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자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사과문을 삭제하고,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를 주장한 네티즌을 지난 4월 고소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들은 “폭로 내용엔 맞는 부분이 있고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지만, 실제 하지 않은 일도 포함돼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커서 오해를 바로잡으려 소송을 준비했다”며 피해자를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연락이 끊겨 만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매가 지난 4개월 동안 보인 행보는 진정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매는 자신들이 애용하던 SNS에 자필 사과문을 달랑 한 장을 올렸을 뿐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적이 없다. 쌍둥이 자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릴 당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기 전까지 징계를 해제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매가 팀을 떠나자마자 급히 이들의 흔적을 지우며 '거리두기'를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구단은 논란이 잠잠해지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쌍둥이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의 성적에 매몰돼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의 복귀는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 과거 큰 잘못을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코트에 조기 복귀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학교폭력 문제가 별것 아니다’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V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복귀가 현실이 되면 프로배구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시즌 학폭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프로배구가 다시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쌍둥이 자매의 복귀를 반길 이는 거의 없다. 쌍둥이와 흥국생명은 팬심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