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충남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 광장에 모인 말산업 종사자들이 온라인 마권 발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박대웅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섭씨 32도.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충남 세종시의 13일 오전 11시 기온이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릴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지만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 도로에 모인 말산업 종사자들의 외침은 폭염의 기세를 뚫을 만큼 뜨거웠다.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앞 광장에는 고사 직전에 몰린 말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정부에 온라인 마권발매를 촉구와 함게 농식품부의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회장 김창만·축산경마 비대위)가 주축이 돼 열린 이날 집회에는 김창만 축산경마 비대위 회장을 비롯해 전임직 노동조합 박영규 위원장, 관광세 내륙생산자협회장, 조용학 마주협회장, 이시환 부경 마주협회장, 박대흥 서울조교사협회장 등 300여 명이 자리했다. 

 

온라인 마권 발행을 촉구하는 팻말. /정부세종청사=박대웅 기자

◆"붕괴 직전 말산업…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하라"

 

말산업 종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마사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선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마가 중단되면서 고용위기는 물론 한 해 1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재정기여 불가 등 말산업 전반의 기반이 붕괴 우려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말산업 종사자들은 임직원 급여를 감축하는 등 갖은 노력에도 경영악화는 지속하고 있고, 고용안정성 역시 심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불법경마가 성행하고 있는 부작용도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위기 타개의 해법으로 말산업 종사자들은 마사회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꼽고 있다. 온라인 마권발매은 1996년 최초로 개시됐지만 법 근거 부재로 2009년 중단됐다. 이후 2020년 8월 24일 김승남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23일 윤재갑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10월7일 정운천 의원, 11월24일 이만희 의원(이상 국민의힘)이 마사회법 개정(안) 발의를 하며 온라인 마권발매 재개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나타났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소위에 회부됐고 올해 2월과 6월23일 심사를 거쳤다. 하지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축산경마비대위 관계자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뚜렷한 이유 없이 온라인 마권 발매을 거부해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일본, 홍콩 등 코로나19로 우리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던 나라들이 온라인 마권 발매 등 발빠른 대처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반면 우리나라는 명확한 이유 없이 말산업 종사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무 부처가 법안 통과를 반대할 경우 법안소위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면서 "온라인 마권 발매에 부정적인 김현수 장관 개인의 사견이 말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거들었다. 비슷한 시기 국회 문턱을 두드렸던 국내 첫 온라인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한 경륜·경정법 개정안은 5월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륜·경정의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 축산경마비대위는 말산업 부활을 위한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국했다. 이들은 말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마련에 농식품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하는 한편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화로 말산업 부활에 농식품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를 방해하는 김현수 장관의 즉각 해임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기도 했다. 김창만 축산경마비대위 회장은 "정부가 말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전제한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할 경우 장관 퇴진 운동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중인 말산업 종사자와 말. /정부세종청사=박대웅 기자 

◆韓·日·香 같은 코로나19 다른 결과 

 

코로나19로 전 세계 말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건 같지만 대처와 결과물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이웃나라 일본과 홍콩의 온도 차이가 뚜렷하다.  홍콩은 2월부터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약 8개월 간 무관중 경마를 진행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처방법은 달랐다. 

 

홍콩자키클럽은 홍콩 정부의 지원 아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발매 서비스를 지속했다. 특히 홍콩자키클럽은 온라인 거래 촉진을 위해 신규 결제시스템 개발을 서둘렀다. 덕분에 2019-2020시즌 경마매출은 1216억 홍콩달러(한화 약 17조7800억 원)를 기록했고, 세금으로 121억 홍콩달러(한화 약 1조7700억 원)를 납부했다. 이외에도 홍콩자키클럽은 45억 홍콩달러(한화 약 6600억 원)를 기부금으로 납부했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 중앙경마 시행체 JAR의 지난해 총 매출은 무관중 경마에도 불구하고 2조9834억 엔(한화 약 30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3.5%포인트 상승했다. 결정적 이유는 매출의 30%를 차지해왔던 장외발매소 현금 매출이 온라인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무관중 경마 첫 시행 날 매출은 전년 대비 87.4%로 12.6%포인트 하락했지만 점차 온라인 발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매출을 회복했다.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JRA 온라인 발매 회원으로 신규 가입했다. 매출액이 늘어난 만큼 국고 납부규모도 증가했다. 지난해 총 3298억 엔(한화 약 3조4000억 원)을 납부했다. 

 

홍콩과 일본이 모바일과 온라인 발권으로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지만 한국 경마는 오프라인 발매 외 발매수단이 없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평년동기와 비교해 4.2% 수준에 불과하다. 국고 납부액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마사회가 경마 시행 대가로 국가에 납부하던 세액은 1조5000억 원이다. 역에 1000억 원의 축산발전기금과 150억 원의 기부금 납부로 국내 축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집행 금액은 평년의 22% 수준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에서 70% 떼어 내 납부하던 축산발전기금과 기부금은 펜데믹 여파로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2만5000여 말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발매 수단의 전환이 없다면 경마산업은 물론 말산업 역시 도태될 위험에 처했다"고 걱정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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