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엔씨 창립 주춧돌 리니지, 게임 시장 주도권 뺏기다
프로야구 우승 꿈 NC 다이노스, 방역수칙 위반 비판 직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사진=엔씨소프트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엔씨소프트의 창립과 성장을 이끌어온 김택진 대표의 꿈들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엔씨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큰 몸살을 앓더니 최근엔 김 대표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방역수칙 위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 김택진…“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김 대표는 한국의 벤처 스타트업 신화를 써 내려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재학 당시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한컴오피스 시리즈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했다. 한컴오피스 출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가 한국에서만큼은 워드프로세스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이후 김 대표는 1997년 현대전자를 퇴사하고 자본금 1억원과 당시 거주하던 집을 처분한 돈을 기반으로 엔씨를 창업하고 1998년 리니지를 출시했다. 김 대표는 리니지의 대성공으로 IT 성공 신화를 달성했고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대표 모델이 됐다.

 

현재 엔씨는 시가 총액 20조원에 이를 만큼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제는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콘텐츠, 지적재산권(IP),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에 대해 “새로운 사업이나 게임 발굴에 탁월한 감각이 있다”며 “엔씨의 AI 개발 인프라만 봐도 늘 새로운 것에 흥미을 느끼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엔씨 창립 씨앗 리니지가 흔들린다

 

엔씨 창립 후 첫 타이틀인 리니지는 국내 1세대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 문화를 주도했다. 현재의 엔씨를 만든 게임이며 현재까지도 엔씨를 대표하는 IP다.

 

국내 MMORPG 장르의 시초라 불리는 리니지는 현재까지도 시스템과 BM(Business Model, 사업 모델)을 본뜬 게임들이 생성되고 있을 만큼 많은 게임사에 영감을 준 게임이다.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 리니지M은 2017년 출시 후 각종 앱마켓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면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김 대표의 리니지 사랑도 특별하다. 김 대표는 리니지M 출시 당시 광고에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때 얻은 별명이 ‘택진이 형’으로 기업의 오너지만 친숙한 이미지로 유저들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또한 리니지2M 출시 1주년 광고에도 김 대표를 포함해 이성구 총괄프로듀서, 백승욱 개발실장, 김남준 PD 등 리니지2M 개발 주역들이 출연했다. 특히 김 대표는 대장장이 중에서도 노란색 머리로 분장하고 진지하게 연기에 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마케팅에 힘입어 리니지M 형제는 출시 후 줄곧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 매출 1, 2위를 양분하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엔씨의 전체 매출 2조4162억원 중 리니지M이 8287억원, 리니지2M에서 849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리니지M 형제가 1, 2위를 차지하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구도가 최그 들어 무너지고 있다. 리니지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넷마블의 ‘제2의 나라:크로스 월드’ 등 후발주자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독주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리니지는 지난 1월 문양 업데이트 논란과 게임계를 강타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휩싸이며 ‘린저씨’라 불리는 충성 유저 이탈과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엔씨는 선제적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시행과  모든 확률을 공개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나진 과금 유도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씻지 못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홈구장 창원 NC 파크 / 사진=연합뉴스

야구 소년의 꿈 NC 다이노스, 야구계 논란 덩어리 전락

 

김 대표는 열렬한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故 최동원 선수의 열혈 팬임을 수차례 언급하며 야구 사랑을 내비쳤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야구 사랑은 ‘NC 다이노스’의 창단으로 이어졌으며 통큰 투자로 강팀 반열에 올려놨다.

 

2020년 우승 뒤 김 대표는 그라운드로 내려와 마이크를 잡고 팬들 앞에서 “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며 소감을 전했다. 또 김대표는 한국 시리즈 우승 당시 리니지의 ‘집행검’을 그대로 복원한 집행검 세레머니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NC 다이노스는 김 대표의 오랜 소원이자 모기업인 엔씨의 제2 도약의 발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단 당시 시가 총액 6000억원에 불과한 엔씨는 프로야구 진출 후 시총 20조원을 육박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NC 다이노스는 야구계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려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원정경기 중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지며 확진자가 발생했고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중단 사태까지 이어졌다.

 

논란 초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구단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며 더 큰 비판에 휩싸였다. 결국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강남구청이 선수들의 허위 진술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다.

 

김 대표도 16일 사과문을 통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구단주인 제게 있다”며 “구단주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이번 사태와 관계 있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은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사과 발표에도 NC 구단의 본질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NC는 2014년 이성민이 승부조작 사건을 비롯해 2016년 에릭 테임즈가 음주운전, 2018년 강민국의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문제를 덮으려 한 바 있다. 

 

올 초부터 불거진 리니지 논란과 NC 다이노스 일부 선수의 일탈은 김 대표 입장에서는 그동안 헤쳐온 수많은 위기보다 더 아플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김 대표가 어떤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8월 출시를 확정한 ‘블레이드&소울2(블소2)’의 성공이 위기 상황 반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블소2는 김 대표가 개발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따라 엔씨의 올해 명운 달렸다는 평가다.

 

오딘, 제2의 나라 등 후발 주자에게 빼앗긴 게임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고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선 리니지와는 차별화되고 개선된 운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자신들의 본업인 게임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성공 공식이었던 현 시스템은 이용자들에게 큰 반발과 회사 이미지 고착화를 불러온 경향이 있다”며 “분위기 반전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선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소2의 운영과 흥행이 재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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