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신규 확진자 수가 14일째 네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무책임한 방역 관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발맞춰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허울뿐이다. '식약처 인증을 받은 체온계를 사용하라'는 방역당국의 권고사항을 무시한 채 억단위 거액을 헛물을 캐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억단위 거액을 배정해 의료기기인 '체온계'가 아닌 공산품인 '온도계'를 구매하고 있다. 

 

"영업점 방문객을 상대로 온도계로 측정한 뒤 발열이 확인되면 체온기를 사용한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의 공통된 말이다.   

 

시중은행은 왜 거액을 투자해 오차범위가 큰 공산품인 온도계를 구입해 두 번에 나눠서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일까.  

 

식약처에서 인증받은 체온계로 곧바로 방문객 체온을 측정하면 비용도,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즉. 효율적으로 방역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당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도 제 각각이다. 

 

A은행은 "식약처 지침대로 검역 목적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열감지 스크린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은행은 "다중이용 시설은 출입자 명부관리와 발열체크 관리를 의무적으로 해야하지만, 의무적으로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기기로 발열을 측정해야 한다는 법률 및 지침은 없다"면서 온도계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은행 내점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타 금융기관과 동일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발열 여부를 우선적으로 체크하고, 이상이 있을 시 추가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놓았다. 

 

C은행은 "방역 당국의 권고 사항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은행권도 문제가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 방역 지침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방역 당국의 행보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권은 온도계 구매와 비치를 정당화하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모자라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지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은 "영업점에 비치된 온도계를 회수하고 식약처의 권고 사항대로 식약처에서 인증받은 체온계로만 방문객 체온을 측정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향후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방문객 1차 체온 측정은 '온도계'로 측정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겠다는 뜻으로 향후 온도계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인증된 체온계로 방문객 체온을 측정하겠다는 이야기다. 

 

방역 당국의 권고 사항을 무시하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디지털 전환', 'ESG경영'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부문에는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은행권. 

 

5000만 국민은 물론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방역 관리에는 왜 이토록 수동적이고, 소극적일까.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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