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이 23일 개막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인류를 공포로 몰아 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각종 스캔들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2020도쿄올림픽은 닻을 펼쳤다. 2020도쿄올림픽이 23일 오후 8시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와 각종 스캔들 등 악재 속에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이름값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5년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개막은 했지만 여전히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목소리도 크다. /연합뉴스

◆ 개막 뒤 취소? 불씨 남은 초유의 사태

 

막상 출발선에 섰지만 도쿄올림픽은 개막 뒤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불씨를 남기고 있다. 무토 토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조직위는 여전히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감염이 확대될 수도, 진정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대회 중지나 연기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전 세계적 확산 속에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일본 내에서도 도쿄올림픽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여기에 가장 방역이 철저하다는 올림픽 선수촌마저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22일 기준 선수촌에 입소한 출전 선수와 대회 관계자 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쿄올림픽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다. 70%에 가까운 일본 국민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부르짖고 있는 '안심, 안전 올림픽' 공약을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도쿄올림픽 후원사인 도요타 자동차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내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큰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서 현재 하루 3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도쿄엔 비상사태가 내려져 있다. 도쿄와 후쿠시마현에선 '무관중 원칙'이 적용 중이며 미야기현과 시즈오카현은 소수 관객 입장만 허가할 방침이다. 도쿄도는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말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며 가급적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기대했던 백신 접종률도 저조하다. 19일 기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비율은 34%다. 두 차례 접종 완료자는 전체 22%에 불과하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이 40~50%대 접종 완료를 기록하고 있으며 잉글랜드에선 53%가 두 차례 접종을 마쳤다. 일본의 백신 접종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느린 편이다. 코로나19 방역이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인 셈이다. 

 

2020도쿄올림픽이 1964년 올림픽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펼쳐진다. /연합뉴스

◆ 1964년 도쿄 대회보다 2배 늘어난 2020 도쿄올림픽

 

1964년 도쿄에서 아시아 대륙 최초의 하계올림픽이 열렸다. 그리고 57년 만인 올해 다시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기를 내뿜는다. 32번의 올림픽에서 도쿄는 18회와 32회 개최지로 역사에 남게 됐다. 1964년과 비교해 2021년 도쿄올림픽은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1964년엔 20개 정식 종목 163개 세부 경기가 열렸다. 반면 2020도쿄올림픽에서는 33개 종목 339개 세부 경기가 열린다. 세부 경기 수는 57년 전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참가 선수도 대폭 증가했다. 5152명에서 1만1092명으로 역시 배 이상 늘었다.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했던 1964년(남자 4474명, 여자 678명)에 비해 이번 대회에서는 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완벽한 성비 균형을 목표로 혼성 경기가 늘어난 덕분이다. 올 해 대회 18개 세부 경기가 남녀 혼성으로 열린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선 5대5로 남녀가 동등한 성비를 이룰 것이라는 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전망이다. 참가국 수도 93개국에서 206개국으로 대폭 상승했다. 

 

1964년 올림픽에선 배구와 유도가 올림픽 데뷔전을 가졌다. 이번에는 가라테와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4개 종목이 새롭게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1964년 대회는 10월10일부터 24일까지 15일간 열렸다. 반면 이번에는 폭염의 중심인 23일에 개막해 8월8일까지 17일간 펼쳐진다. 1964년 올림픽 유산이 2021년에도 명맥을 이어간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등이 몰린 주요 활동 구역을 올림픽 유산을 살려가는 '헤리티지 존'과 도쿄만 매립지를 중심으로 새롭게 조성된 주거·상업지구인 도쿄 베이존으로 나눴다. 1964년 당시 경기장은 33곳이었고, 이번엔 42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린다. 이 중 요요기 국립경기장(핸드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탁구), 일본 무도관(유도, 가라테), 도쿄 승마공원,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요트하버에선 1964년에 이어 2021년에도 올림픽 경기가 펼쳐진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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