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에서 열린 여자 양궁 경기 중 열사병으로 쓰러진 러시아 대표팀 스베틀라나 곰보에바(오른쪽 아래)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최악의 폭염과 싸움으로 펼쳐지고 있다. 124년 하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무더위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23살인 러시아 양궁 대표팀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는 24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에서 열린 여자 양궁 경기 중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다 쓰러졌다. 다행히 곧바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양궁 경기장의 기온은 33도를 넘나들었다. 체감 온도는 38도에 달했다. 출전 선수들은 상대 선수는 물론이고 폭염과 싸워야 했다.   

 

폭염에 고통을 호소하는 건 양궁 종목뿐만이 아니다. 비치발리볼 선수들은 모래가 너무 뜨겁다고 항의하고 있다. 맨발로 경기를 펼쳐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긴급하게 모래에 물을 뿌리며 모래를 식혔다. 이 밖에도 도쿄의 폭염으로 인해 마라톤이나 경보 같은 종목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삿포로에서 열린다. 승마 종목 출전 선수들은 경주마를 위해 물안개 분무기와 선풍기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동하고 있고, 심판들에겐 '쿨링 조끼'가 지급됐다. 

 

무더위에 지친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가 그라운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의 한여름 무더위는 악명이 높다. 2019년 6~9월 일본에서 열사병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사람은 7만1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118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6만5000여 명이 병원을 찾았고, 112명이 숨졌다. 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외부 활동이 줄었지만 도쿄의 무더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더위에 대한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기온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광범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육상과 사이클 등 장거리 종목의 경기 시간이 뒤로 늦춰졌고, 마장마술과 트라이애슬론 등은 이른 아침으로 경기 시간이 당겨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열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태풍은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동반해 무더위를 더욱 증폭한다. 일본 기상청은 남동부 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한 열대저압부가 점점 세력을 키워 도쿄가 있는 혼슈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상중인 태풍이 27일에는 최대풍속 시속 70km(초속 20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이 예상 진로를 따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본이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열려 있다.

 

태풍이 불어닥치면 무더위 우려가 커지는 동시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진다. 특히, 야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야구대표팀은 28일 도미니카공화국과 개막전을 치른다. 26일 도착하는 한국대표팀 훈련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요트, 테니스, 양궁, 승마, 축구, 조정, 럭비 등 27~28일에는 한국 선수들이 야외에서 치르는 경기가 많다. 태풍 북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 57년 전인 1964년 도쿄올림픽은 한여름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해 10월(10~24일)에 열린 바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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