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24년 하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종목 9연패라를 대기록을 작성한 여자 양궁대표팀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 단복을 맞춰 입고 시상대에 오른 태극궁사들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영광의 순간, 다소 의아한 장면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태극궁사 오른쪽 어깨와 왼쪽 바지 상단에 선명한 '노스페이스' 로고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대한체육회와 한국 구가대표 선수단(팀코리아)를 공식 후원하는 후원사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아니다. IOC는 올림픽 기간 공식 후원사의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의 간접 브랜드 노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되돌아 보면 코오롱스포츠가 제작한 양궁 대표팀의 경기복 우측 상단에는 코오롱 로고가 선명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양궁뿐만 아니라 한국 골프 대표팀에 자사의 골프웨어 '왁(WAAC)'을 경기복으로 제공한다. 코오롱의 로고가 양궁장에 이어 골프 필드 위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다. 

비단 양궁뿐만이 아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 중인 사격과 핸드볼, 펜싱 국가대표팀의 경기복과 트레이닝복, 용품 일체는 휠라코리아 제품이다. 휠라 브랜드가 간접적으로 전 세계 안방에 전해지고 있다. 테니스의 권순우 역시 휠라의 테니스화를 신고 출전했다. '국민 여동생' 신유빈 열풍 속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탁구 역시 탁구용품업체 버터플라이의 로고가 박힌 경기복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서슬 퍼런 IOC의 공식 후원사 챙기기 아래에서 어떻게 IOC 비공식 후원사의 브랜드가 전 세계로 전달될 수 있었을까. 

 

IOC는 2019년 9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헌장 제40조를 일부 수정했다. 해당 헌장은 대회 참가자의 상업 광고 출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수정안은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의 경우 훈련비 마련에 애를 먹는 현실을 반영했다. ‘IOC가 정한 기간 동안 공식 후원사 여부와 관계없이 통상적인 광고에 출연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는 대회 기간 원래 출연하던 광고에 계속 나설 수 있게 된다. 

 

물론 IOC 후원사가 아닌 회사가 올림픽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앰부시 광고'는 여전히 금지 대상이다. 이런 이유로 공식 후원사가 아닌 회사 모델로 활약하는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광고에 나설 수 없다. 다만 대회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후원사별로 한 번씩 '감사 메시지'를 띄우는 것은 가능하다. IOC는 이와 함께 경기 용품 관련 규정도 손봤다. 올림픽 참가 선수는 지퍼, 안경, 고글 렌즈 등에 ‘톤 온 톤’(세 가지 색깔 속성 중 명도만 달리하는 배색) 방식으로 개인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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