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파울라 쉬퍼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의 출전 비율이 거의 동일한 ‘성평등 올림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여성 선수의 비율이 전체 선수단의 약 49%다”라고 밝혔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여성 선수 비율 45%에서 다소 상승한 수치다. 전체 997명 선수 중 단 22명만 여성이던 1900 프랑스 파리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월등히 증가한 모습이다.

 

여성 선수 출전 비율이 증가한 건 ‘성평등 가치를 올림픽에 반영하겠다'는 IOC의 기조 아래 일부 종목에서 여성 경기와 혼성 경기가 신설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영에선 여자 1500m 자유형과 혼성 4X100 혼계영 등 경기가 신설됐으며 육상, 사격, 양궁 등 종목에도 혼성 경기가 새롭게 도입됐다. 아울러 IOC는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 추가된 스케이트보드, 서핑, 가라테, 클라이밍 총 4개 종목에 대해 출전 선수 성비를 동일하게 맞추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성평등 올림픽’인 만큼 여성 선수들을 향한 성적 대상화도 사라지게 됐다. 이번 대회 TV 중계에선 선수들의 신체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의 선정적인 장면이 없어진다. 세상이 바뀐 만큼 올림픽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림픽 주관방송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 장면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특히 여자 선수들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부분을 없애겠다. 성적인 매력이라는 뜻의 '섹스 어필'이라는 표현도 '스포츠 어필'로 대체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거 비치발리볼이나 체조, 육상, 수영 등 종목에선 노출이 심한 유니폼으로 인해 성적 대상화 논란이 일었다. IOC는 '성적으로 평등하고 선수 외모나 유니폼, 신체 부위를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말 것'이라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개막했다. /도쿄올림픽 공식 페이스북

선수들 역시 그러한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 체조 대표팀 선수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유니폼을 착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독일 체조 대표팀은 앞서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1 유럽 체조선수권 대회에서도 같은 형태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당시 독일체조연맹은 체조 선수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여성 체조 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의 역사가 새 유니폼 착용의 배경이다”라고 분석했다. 2018년 미국 전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30여 년간 선수 150여명을 상습 성추행, 성폭행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게 단적인 예다.

 

독일 체조 대표팀의 사라 보시는 BBC와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상당히 안심이 된다”며 “모두가 입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유니타드(발목까지 다리를 덮는 형태의 유니폼)를 입는 게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입어야 한다”고 힘주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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