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니팍 선수(오른쪽)와 최영석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종주국 승리 공식이 깨졌다. 그동안 태권도는 한국, 탁구는 중국, 유도는 일본이 올림픽을 비롯해 주요 국제대회를 석권하며 이른바 '종주국 승리 공식'을 써 왔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은 다르다. 종주국 독식의 빈자리를 메달 소외국이 차지했다. 종주국 내에선 체면을 구겼다며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특정 국가 쏠림이 아닌 세계화의 초석을 닦는 신호탄을 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효자종목'이었던 태권도는 도쿄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3개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2개,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개, 2012년 런던올림픽 1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 2개까지 금메달만 12개(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땄다. 특히 리우올림픽에선 출전 전 종목 메달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에 출사표를 던진 국가는 모두 61개국이다. 난민팀 선수도 3명이나 있다. 한국이 빠진 입상 자리는 그 동안 메달 소외국으로 평가 받던 국가들이 채웠다. 우즈베키스탄의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남자 68kg급의 울르그벡 라시토프, 태국에 처음으로 태권도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49kg급 파니파크 옹파타나키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탁구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미즈타니 준(왼쪽)과 이토 미마./연합뉴스

만리장성도 무너졌다. 탁구에 있어 중국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중국 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는 도쿄올림픽까지 포함해 한국과 일본, 스웨덴 단 3개 국가뿐이다. 철옹성 같던 만리장성에 균열을 낸 건 탁구 혼합복식에 출전한 일본의 미즈타니 준과 이토 마마다. 이들은 중국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대이변을 썼다.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일본이 33년 만에 첫 금메달을 안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코소보 첫 금메달리스트 크라스니키./연합뉴스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일본은 유도 전 종목 석권을 노렸다. 일본의 야심 찬 계획은 유럽의 약소국 코소보의 약진에 물거품이 됐다. 코소보는 유도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인국 188만 명의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국기를 들고 출전했다. 이후 올림픽 2회 연속으로 유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강국으로 부상했다. 

 

'드림팀'으로 대표되는 농구의 절대강자 미국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25일 조별리그 A조 1차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76-83으로 졌다. 미국이 패배한 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준결승 이후 17년 만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3x3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일본에 졌다. 27일 열린 여자 3x3 농구 예선에서 미국은 일본에 18-20으로 패했다. 올림픽 3x3 예선 6전 전승을 달렸으나, 일본에 덜미를 잡히며 연승 행진을 마쳤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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