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일정이 27일 마무리됐다. 도쿄올림픽 태권도엔 '올림픽 난민팀'(EOR)과 61개국이 참가했다. 남녀 4개씩 모두 8개 체급으로 치러진 올림픽 태권도에서 종주국 한국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 7개 국가가 8개의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2개(은1·동1)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 뒤를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이탈리아,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이 이었다. 이전 올림픽과 다르게 ‘한국 독주’가 사라졌다. 비록 종주국 한국이 '노 골드'로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태권도의 다양성과 세계화라는 가능성이 열려 또 다른 의미를 되새긴다.  

 

◆ ‘노 골드’ 한국, 태권도의 또 다른 기회

 

한국은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노 골드'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종주국의 부진은 역설적으로 태권도 세계화 바람을 부채질한다. 뉴욕타임스는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그간 올림픽에서 메달을 얻지 못했던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약소국들이 태권도에서 약진한 부분을 의미 있게 짚었다. 태권도가 전 세계로 보급돼 수백만 명이 수련하는 무술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종주국의 아성을 뛰어넘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도쿄올림픽에서 그런 부분들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태권도는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태권도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지역에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건 값비싼 장비나 경기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사카 이데 니제르 올림픽위원회(NOC) 회장은 "가난한 나라에는 태권도가 최적이다"라면서 "특별한 장비 없이도 연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외신과 스포츠 전문가들은 태권도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태권도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 위기와 기회 사이에 선 한국 태권도

 

사실 국내에서는 태권도의 위기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 대회 경기력을 단순히 논하는 게 아니다. 중국과 일본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 국내 사정이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의 태권도 학과 개설 수와 입학 정원은 2009년 60개 대학 3168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28개 대학 1180명으로 줄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정부에서는 태권도를 '21세기 국가 전략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태권도 문화 콘텐츠화'를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그 첫 단추로 전북 무주군에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를 건립하고 글로벌 태권도 지도자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권도는 현재 정체성을 강화하고 세계스포츠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노 골드'는 글로벌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현재 위치를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시킨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 독주체제가 무너지고 상향평준화의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태권도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넘어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태권도가 우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전 국민적 관심과 성원, 정부와 재계의 지원 등이 태권도를 우리 것으로 지켜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고 한국 태권도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바라보고 있다. 

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