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28일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절묘한 노림수를 적중해 한국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지면 탈락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가지 '수'가 있다. 흔히 '3수'라 부르는 변수, 실수, 노림수다. 그 가운데 감독이 쥐는 카드가 바로 노림수다. '학범슨' 김학범(61) 감독이 절묘한 노림수를 적중하며 한국의 8강행 확정에 큰 힘을 보탰다. 

 

한국은 25일 루마니아와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22일 뉴질랜드와 1차전 0-1 충격패를 딛고 조 선두로 뛰어 올랐다. 28일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루마니아전처럼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선발 예상 멤버도 루마니아전과 거의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학범슨은 다른 밑그림을 그리고 온두라스를 상대했다. 루마니아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에서 3명을 바꿨다. 루마니아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동경, 엄원상, 정승원을 과감히 제외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지만 전형의 중심을 아래로 내리지 않았고, 동시에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비해 측면 수비에도 힘을 실었다. 

 

김학범 감독은 온두라스전 왼쪽 윙어로 김진야를 선발 출전시켰다. 김진야는 왼쪽 미드필드와 수비까지 적극 가담하며 온두라스 측면 역습을 사전 차단했다. 김진야의 존재로 황의조와 권창훈이 왼쪽과 중앙을 고루 오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심재희 기자

 

학범슨 노림수의 핵심은 김진야였다. 측면 어디에서나 뛸 수 있는 김진야를 기본적으로 전진 배치해 여러 가지 효과를 노렸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원톱 황의조와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이 왼쪽 측면까지 오가면서 공격을 주도했고, 김진야는 왼쪽 아래로 조금 내려 와 상대 빠른 역습을 사전 차단했다. 뉴질랜드전에서 보였던 측면 수비의 약점을 커버했고,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맞춰 오른쪽 윙어 이동준의 파괴력까지 높였다. 김진야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허를 찌르는 감독의 노림수와 함께 변수와 실수도 한국 쪽을 향해 웃었다. 온두라스 수비진의 집중력 부족으로 실수와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전 중반 두 차례 페널티킥과 상대 선수 퇴장으로 김학범호는 기세를 드높였다. 이전까지 부진했던 황의조와 원두재가 골 맛을 봤고, 수적인 우세까지 거머쥐면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전 3-0 리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후반전에는 김진야가 페널티킥 유도와 득점을 하며 김학범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사실 김학범 감독은 뉴질랜드전에서 상대 노림수에 갇혀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고, 체력 배분에 실패해 후반전 중반 이후 흔들렸다. 그리고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하며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조별리그 1차전 패배는 약이 됐다. 뉴질랜드전을 반면교사 삼아 루마니아와 온두라스(6-0 승리)를 대파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체력, 전술,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오름세를 보이며 8강 고지를 밟아 더욱 고무적이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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