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B조 예선 1차전에서 한국 선발 원태인이 도쿄올림픽 공인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양팀 합계 6개의 홈런이 쏟아진 2020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한국이 올림픽 공인구 적응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은 선발 원태인(21)부터 불펜 최원준(27) 그리고 '끝판왕' 오승환(39)까지 모두 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반대로 오지환(31), 이정후(23), 김현수(33)가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포효했다. 공인구 적응 여부에 따라 '타고투저'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원태인은 29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B조 예선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 5탈삼진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하고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시작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던 원태인은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초도 좋았다.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네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한 뒤 후속 타자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사 후 2루타를 내줬지만 또다시 삼진을 기록지에 남기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3회초 원태인은 성인 국가대표 공식 데뷔전에 오점을 남겼다. 1사 2루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이안 킨슬러에게 통한의 투런 홈런을 내줬다. 이후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친 원태인은 4회초 선두타자 블레이크 게일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김경문(63) 감독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투수를 최원준(27)으로 교체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원태인은 결국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며 국제대회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원태인은 4회말 2사 1루에서 터진 오지환(31)의 동점 투런포로 패전투수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경기는 6회 급변했다. 원태인에 이어 마운드를 넘겨 받은 최원준이 6회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7회 이정후와 김현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2사 2루에서 오지환의 우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한국은 5-4, 역전에 성공했다. 9회 김경문 감독은 '끝판왕' 오승환을 올렸다. 하지만 오승환은 정규이닝 안에 경기를 매듭짓지 못했다. 9회 라반웨이에게 통한의 동점 홈런을 내줬다. 결국 경기는 연장 승부치기로 이어졌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어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양의지의 몸에 맞는 볼로 한국은 6-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19년 프리미어12 당시 공인구와 2020도쿄올림픽 야구 공인구가 일본의 SSK 회사 제품으로 동일하다. /연합뉴스

양팀 합계 모두 6개의 홈런쇼가 펼쳐진 가운데 진땀승을 거둔 디펜딩챔피언 한국은 공인구 적응이라는 숙제를 떠 안았다. 실제로 국제대회에서 투수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건 공인구다. 1mm의 실밥 높이와 약간의 반발계수 차이가 홈런과 삼진의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2020도쿄올림픽의 공인구는 2019년 프리미어12 공인구 공식 공급업체 일본 사사키(SSK) 제품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2019년 4월 SSK와 공인구 계약을 했다. SSK는 2019 프리미어12와 2020도쿄올림픽 공인구 공급을 책임진다. 

 

흥미로운 건 공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SSK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OEM)으로 공을 제작한다. 실제 공인구는 KBO리그 공인구 공급업체인 스카이라인이 운영하는 스리랑카 공장에서 제작한다. 스카이라인이 만들고 SSK는 로고만 찍는 방법이다. 스카이라인은 2016년부터 KBO리그 공인구 독점 공급업체라 국내 선수들에게 익숙하다. 그렇지만 KBO리그 공인구는 아니다. KBO 관계자는 "SSK가 원하는 납품 스펙이 있어서 마음대로 못 바꾼다"고 설명했다. 2019년 고우석(23)은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가진 대표팀 첫 훈련에서 "공이 딱딱하고 약간 작은 느낌"이라고 차이를 설명한 바 있다. 김경문 감독 또한 "국내에서 쓰던 공보다 잘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공을 만져보니 국내에서 쓰는 것보다 딱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딱딱하다는 건 곧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20도쿄올림픽 야구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KBO리그의 사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2019년 KBO는 극심했던 2018년의 '타고투저'를 바꾸기 위해 당시 공인구의 반발계수 등 제원을 조정했다. 2018년 KBO리그 공인구의 둘레는 233mm 무게 146g 반발계수 0.4134~0.4374였다. 2019년에는 반발계수가 줄었다. 둘레는 234mm로 소폭 증가했고 무게는 146.5~147g 근사하게 증가했다. 반발계수는 0.4034~0.4234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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