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핑 적발 탈락 선수가 나왔다. 일본의 긴급 SOS에 한국의 도핑 적발 기술이 화답했다. 

 

나이지리아 육상 단거리 블레싱 오카 그 바레는 지난달 19일 실시된 도핑 검사에서 성장호르몬 양성반응을 보여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멀리뛰기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달 18일 열린 여자 100m 예선에서 11.05초를 기록해 준결선에 진출했다. 또 400m 계주와 200m에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뼈와 근육을 자라게 하는 성장호르몬을 사용했고, 결국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의 우수한 도핑 검사 능력이 도쿄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 일본은 성장호르몬을 이용한 도핑 여부를 적발할 기술이 없다. 일본은 한국에 SOS를 청했고, 손정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토핑콘트롤센터 센터장과 성창민 선임연구원이 도쿄올림픽 반도핑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도쿄로 향했다. 

 

문제의 성장호르몬제는 성장호르몬과 동일한 형태를 가져 사용 여부 검출이 어렵다. 성장호르몬제는 성장호르몬을 직접 주입하는 대신 신체기관을 자극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종류가 수십 개에 달해 그에 맞는 기술과 장비들이 필요하다. 손정현 센터장은 "성장 호르몬제를 포함해 도핑 금지 약물은 800종 이상이다"면서 "기존에 1g의 약물을 잡아낼 수 있는 정도의 도핑 기술을 요구했다면, 지금은 그것의 5분의 1도 잡아낼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로 도핑과 뇌를 자극하는 방식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손정현(오른쪽) KIST 도핑콘트롤센터 센터장과 성창민 연구원. /KIST 제공

성장호르몬제 도핑은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이 사용해 널리 알려졌다. 손정현 센터장과 성창민 연구원은 성장호르몬제 검출기술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축적한 도핑 시료분석 노하우를 도쿄올림픽 반도핑연구소에 전수한다. 또 도핑금지 약물인 '적혈구 생성촉진자' 검출기술도 전한다. 적혈구 생성촉진제는 체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지구력 상승에 영향을 준다. 

 

KIST 도핑콘트롤 센터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개최를 위해 1984년 설립됐다. 이후 도핑 금지 약물에 대한 선수들의 생체시료 분석과 최신 검출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발표한 '전 세계 도핑센터별 고위험 종목 특수분석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도핑 금지약물인 성장호르몬제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 7개를 모두 가진 국가는 한국과 미국, 브라질뿐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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