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 양궁이 2020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신화를 썼다.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따냈고, 여자 단체전 9연패라는 124년 하계올림픽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남자 단체 역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거뒀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을 확실히 입증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남자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여자 강채영, 장민희, 안산)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도쿄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양궁의 변방이었던 한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랐을까. 양궁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시작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대(代)를 이어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아낌없는 지원을 꼽는다. 

◆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과 기술지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직후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와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고, 2020도쿄대회까지 모두 5개 분야에 대한 기술을 지원했다. 지원 분야는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탐지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이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다. 점수 자동 기록 장치는 점수를 자동 판독하고 데이터화한다. 정밀 센서 기반 '전자 과녁'을 적용했고, 점수뿐만 아니라 화살 탄착 위치까지 모니터에 표시하도록 했다. 또 해당 데이터를 선수의 발사 영상, 심박수 정보 등과 연계해 선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하는 데 활용했다.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한다.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 제거에 적극 활용했다.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AI) 코치는 현대차그룹 AI 조직 에이스(AIRS)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한다. 선수들의 훈련 영상 분석해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집중 분석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 그립에도 공을 들였다. 장시간 경기에서 그립 손상이 생길 우려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선수 손에 맞는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스캐너로 스캔해 3D프린터로 재현했다. 그립 재질도 알루마이드, PA12 등 신소재로 다양화해 선수 선호에 맞게 공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올림픽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기술지원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 주도로 시작됐다"며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지만 미래차 R&D(연구개발)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代 이은 37년 양궁사랑

 

한국 양국은 현대차그룹의 후원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현대차는 1985년부터 양궁을 후원해오고 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당시 19살의 고교생 궁사 서향순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본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인이 세계 1등을 하는 종목인데 지원을 못 받아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며 후원을 결정했다.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33년 동안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9연패를 달성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지냈고, 아들 정의선 회장이 2005년부터 16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비인기 종목 양궁에 37년간 약 500억 원 이상을 조건 없이 후원했다. 단일 기업이 스포츠에 쏟아 부은 후원금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의 아낌없는 후원 속에 한국 양궁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모두 2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37년간 아낌없는 지원을 하면서도 선수단 선발 및 협회 운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 가지 원칙은 협회의 투명한 운영, 선수 선발의 공정성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원칙이 한국 양궁의 힘이 됐고, 한국 대표 선수가 세계 최강자가 되는 시스템이 정착된 배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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