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인자 엘리우드 킵초케(왼쪽)가 나이키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뛰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글로벌 스포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쏘아 올린 기술도핑 논란이 2020도쿄올림픽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출발선은 지난달 30일 시작된 도쿄올림픽 육상이다. 이날 남자 1만m에서 첫 번째 메달이 나왔다. 셀레몬 바레가(에디오피아), 조슈아 체프테게이, 제이콥 킵리모(이상 우간다)가 금은동을 땄다.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은 지난달 31일 여자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들은 모두 '나이키 줌 X 드래곤 플라이'로 추정되는 스파이크를 신었다. 해당 제품은 중창(밑창과 깔창 사이)이 고탄성 폼으로 제작됐고 발바닥 중간(미들 풋)이 불록하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미들 풋이 바닥에 닿으면 가속한다. 나이키 '드래곤 플라이'는 이 점을 감안해 미들 풋이 바닥에 닿는 순간 힘이 극대화되도록 설계했다.

 

도쿄올림픽 육상에서 나이키의 기술 도핑은 이미 화제의 중심에 있다. 나이키는 극비리에 연구해 온 '베이퍼 플라이' 제품을 도쿄 대회에 맞춰 출시했다. 스파이크, 중장거리화에 모두 적용되는 '베이퍼 플라이'는 고탄성 폼을 중창 소재로 썼다. 중장거리화 뒤꿈치 부분은 탄성이 강화된 소재로 아주 두껍게 제작했다. 발이 지면에 닫는 순간 에너지를 몸에 더 많이 전달해 재도약에 도움을 주는 구조다. 

 

나이키의 기술도핑은 중장거리 종목에서 더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퍼 플라이 4%'라는 이름으로 2016년 출시된 나이키의 해당 제품은 기록을 4% 끌어 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시간 달리면 2분이 줄어는 셈이다. 지난해 5000m와 1만m 세계기록을 세운 체프테게이와 최근 여자 중장거리 슈퍼 스타 시판 하산(네덜란드)도 이 제품을 쓴다.

 

세계육상연맹은 규제에 나섰다. 때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2월 도로용 운동화 밑창 두께를 40mm 이하로 탄소섬유판은 1장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나이키는 규정보다 불과 05mm 낮은 39.5mm짜리 신제품을 내놨다. 나이키는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 직전 후원 선수들에게 공짜로 나눠줬다. 실제로 평소에 해당 제품을 쓰지 않다가 미국 대표 선발전에 해당 제품을 사용해 성조기를 품은 사례도 있다. 

 

나이키의 기술도핑 논란은 2020도쿄올림픽 마라톤 결과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마라톤 선수들은 논란이 여전한 나이키의 중장거리화를 신는다. 미국 대표 대부분이 나이키 제품을 쓴다. 여기에 마라톤 1인자 엘리우드 킵초게(케냐)도 나이키 제품을 쓴다. 이미 5000m와 1만m 세계기록 보유자 체프 테게이 등 케냐와 우간다 대표가 나이키 제품 사용으로 육상 중장거리 기술 도핑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기술도핑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과거 부력을 올려주는 전신 수영복을 금지한 것처럼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도 기술도핑으로 규정해 폐지해야 한다는 쪽과 기록 단축을 위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하는 것일 뿐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나이키가 도쿄올림픽에서 쏘아 올린 기술도핑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 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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