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세영, 고진영, 김효주, 박인비. /고진영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금메달 획득이 기대되는 종목 중 하나는 바로 여자골프다. 한국여자골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박인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 획득을 꿈꾼다.

 

박세리(44)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은 4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경기에 나선다.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고진영(2위)과 박인비(3위), 김세영(4위), 김효주(6위)까지 대표팀 선수 4명 모두 세계랭킹 ‘톱6’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거둔 우승 횟수의 총합은 무려 45승에 이른다. 박인비(33)가 21승, 김세영(28)이 12승, 고진영(26)이 8승, 김효주(26)가 4승을 수확했다. 사령탑인 박세리 감독은 LPGA 통산 25승을 거뒀다.

 

◆ 훈련량과 감정 통제 능력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는 개인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적 요인으론 엄청난 훈련량과 남다른 감정 통제 능력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의 10대 시절 일상은 대부분 훈련으로 채워졌다. 방과 후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가서 오후 9~10시까지 채를 휘둘렀다는 게 그들의 흔한 추억담이다. 세계랭킹 1위 출신 유소연(31)도 과거 ‘오전 6시 기상-10㎞ 달리기-샷 연습-라운드-달리기-골프 규칙 공부 등 빼곡했던 하루 일과를 털어놓은 바 있다.

 

자녀들을 골프 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집념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사교육 열기에 비유된다. ‘골프 대디(Golf Daddy)’는 한국여자골프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다. 장하나(29)의 부친 장창호(69) 씨와 박현경(21)의 부친 박세수(52) 씨 등이 KLPGA 대표적인 ‘골프 대디’다. 골프 대디들은 딸이 편안하게 공을 칠 수 있도록 매니저, 캐디, 운전 기사 등 일을 도맡기도 한다.

 

유교 문화인 한국 사회에서 선수들은 자연스레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학습해간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그만두고 싶어도 인내해야 하는 여건은 ‘멘탈 스포츠’인 골프를 해나가는데도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리디아 고, 박인비, 펑산산. /연합뉴스

◆ 체계적인 시스템

투어나 국가대표 등 시스템 측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선수들은 10대 학창 시절부터 경쟁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고, 투어에서도 치열한 우승 전쟁을 벌인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롤 모델로 꼽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박인비는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1부, 2부, 3부 등 체계적인 KLPGA 투어 시스템을 거친 선수들이 LPGA 무대에 진출하면 세계 정상에 서곤 한다. KLPGA 선수들뿐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이 그런 과정을 지켜보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챔피언 조에서 동반 플레이 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등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다 보면 자연스레 인맥도 쌓인다. 여자골프 선수들의 봉사 모임인 ‘은가비(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한다라는 뜻)’가 일례다. 은가비에는 박인비, 신지애(33), 최나연(34), 유소연, 박성현(28), 고진영, 이정은(25), 김하늘(33), 이보미(33), 안선주(34), 김지현(30), 오지현(25), 김아림(26) 등 한미일 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 선수 4명도 절친한 사이다.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현지 적응과 심리적 안정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데 필수 요소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은 서로에게 상당한 도움을 준다.

 

◆ 미국과 동남아는 경계 대상

태극낭자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과 동남아를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처럼 올림픽에 4명이 나선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23)를 비롯해 대니엘 강(5위), 렉시 톰슨(12위), 제시카 코다(15위)까지 멤버 구성도 화려하다. 특히 올 시즌 LPGA에서 3승을 올린 넬리 코다는 경계 대상 1호다.

 

동남아 선수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패티 타와타나낏(13위ㆍ태국), 혼다 타일랜드 우승자 에리야 쭈타누깐(21위ㆍ태국),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챔피언 유카 사소(9위ㆍ필리핀)가 경계해야 할 선수들이다. 일본 국가대표 하타오카 나사(11위)는 홈 필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각오다.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는 2일 열린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우 올림픽 때보다 이번 코스의 전장이 더 긴 것 같다. 또한 그린이 단단하고 그린 주변 러프도 어려운 편인 것 같아 어프로치 샷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창창한 후배들이 받쳐주고 있으니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며 "고진영, 김세영, 김효주 등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있으니 서로 열심히 해서 한국 국기를 가장 높은 곳에 꽂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라운드에서 리디아 고(24ㆍ뉴질랜드), 펑산산(32ㆍ중국)과 한 조에 편성됐다.

 

넬리 코다, 하타오카와 한 조에 속한 고진영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대체로 1∼2명이지만, 우린 4명이라 의지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좋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 김효주가 큰 의지가 된다"며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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