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 개막식 최대 화제작인 픽토그램이 일본이 아닌 IOC의 유산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 최고의 화제작 '픽토그램'이 대회 종료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부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향후 상품 가치가 있는 올림픽 유산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JOC)는 "픽토그램이 결과적으로 IOC의 소관이 된다"면서 "JOC가 이벤트 등에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작품이 후세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픽토그램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뒤 57년 만에 다시 도쿄로 돌아왔지만 저작권은 IOC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픽토그램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속은 IOC가 챙기고 일본은 '올림픽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역대 올림픽 개최 국가 중 투자한 만큼 이득을 본 국가는 없다. /연합뉴스

실제로 올림픽으로 경제적 부흥을 꿈꿨지만 역대 대회에서 투자한 만큼 이득을 본 국가는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1998년 일본은 나가노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1조5000억 엔(약 15조7600억 원)을 투자하면서 2조3000억 엔(약 24조17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했지만 막상 대회 후 계산서를 두들겨 보니 약 5조 원의 적자가 났다. 벤쿠버 동계올림픽도 약 5조 원의 적자가 나왔고, 50조 원을 투자했던 소치 동계올림픽은 더 큰 적자의 그늘에 지금까지도 시름하고 있다. 

 

가장 큰 적자를 낸 대회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이다. 12억3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몬트리올은 결국 재정파탄을 맞이했고, 30년 동안 빚을 갚아 2006년에야 그늘에서 벗어났다. 2004년 제1회 올림픽 개최 후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품은 그리스는 기존 예산이었던 16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보다 10배가 더 많은 지출을 했고, 이후 국가적으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려 했던 노르웨이 오슬로는 시민들의 반대와 재정적 이유로 유치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독일 뮌헨 역시 같은 이유로 유치 신청을 하지 않았다. 2022년 동계올림픽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일본이 올림픽 후 심각한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일본은 도쿄올림픽 후 경제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지속가능성지수(IFS)를 종합하면, 한국과 일본, 멕시코와 캐나다는 올림픽 개최 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1986~1988년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었지만 1989년 6.7%로 하락했다. 일본도 1964년 올림픽 개최 당시 경제성장률이 13.3%였지만 1965년 5.7%로 떨어졌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성장률이 14%를 넘겼으나 대회 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했다. 올림픽 전 관련 투자에 집중해 경기부양 효과가 보였지만, 대회 후 투자 감소로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이른바 '골짜기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202 0도쿄올림픽은 적자를 안고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24년 하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되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손실액을 키우고 있다. 2017년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올림픽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1조9790억 엔(약 20조8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중 운영비 1조2700억 엔(약 13조3500억 원), 티켓 판매 900억 엔(약 9500억 원), 관련 상품이나 TV 구입 등으로 발생하는 경제효과 2910억 엔(약 3조600억 원) 등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일본은 외신 추산 154억 달러(약 17조4800억 원)를 지출했다. 역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2020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서 올림픽을 반대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거세다. /연합뉴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의 내수경기 위축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4, 5월에 발령된 첫 번째 긴급사태 때 입은 경제손실액은 약 6조4000억 엔(약 67조 2500억 원)이다이다. 이어 올해 1~3월 두 번째 선언 때는 약 6조3000억 엔(약 66조20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세 번째 긴급사태에 따른 손실은 1조9000억 엔(약 19조9700억 원), 지난달 8일 선포된 4차 긴급사태 선포로 약 3조 엔(약 31조53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흥'과 '재건'을 모토로 삼았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와 상호작용해 일본 경제의 거대한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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