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김세영(왼쪽)과 고진영이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세계 최강으로 평가 받던 한국여자골프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세계여자골프가 상향평준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세리(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은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 3위 박인비(33),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로 꾸려졌다. 세계랭킹 6위 이내 선수가 무려 4명으로 라인업 구성만 놓고 보면 ‘드림팀’에 가깝다. 선수단이 세계 최고의 투어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거둔 우승 횟수만 합쳐도 무려 45승에 이른다. 박인비가 21승(메이저 7승), 김세영이 12승(메이저 1승)을 올렸고 고진영이 8승(메이저 2승), 김효주가 4승(메이저 1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고진영과 김세영이 공동 9위(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 김효주는 공동 15위(9언더파 275타)를 기록했고, 박인비는 공동 23위(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인비가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 14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인비는 대회 2연패 달성에 실패한 후 “5년 정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다. 과정이 아쉽지는 않은데 결과는 좀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다고 하지만 제게는 긴 시간 같다"며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우 올림픽 전까진 흐르는 물에서 미끄러져 가듯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는데, 리우 대회 이후론 젊은 선수들과 매주 경쟁하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5년을 보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인비는 "제가 불가능한 위치가 아니라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쏟고 완벽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그래서 3년 뒤는 저에게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고진영은 “올림픽이 끝나 아쉬움도 크지만 후련한 느낌이다. 미련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부족한 만큼 메달권과 차이가 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준비하면 2024 파리올림픽 기회도 올 것이다. 그때 나가게 된다면 올해 같은 아쉬움은 남기지 않고 싶다"고 힘주었다. 김세영 역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올림픽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은 최종합계 17언더파 198타를 기록한 넬리 코다(23ㆍ미국)에게 돌아갔다. 은메달은 연장전 끝에 이나미 모네(22ㆍ일본)가 차지했고, 동메달은 리디아 고(24ㆍ뉴질랜드)가 거머쥐었다. 리디아 고는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여자골프 사상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이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고도 대회 노메달에 그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은 4명 중 넬리 코다와 제시카 코다(공동 15위), 대니엘 강(공동 20위) 3명은 ‘톱20’에 들었다. 특히 시상대 맨 위에 선 넬리 코다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도 다승 1위(3승)에 올라 있으며 세계랭킹 1위까지 유지하고 있는 현 시대 최고의 선수다.

 

일본과 중국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대표팀의 이나미 모네와 하타오카 나사(공동 9위), 중국 대표팀의 펑산산(8위)과 린 시유(공동 9위)는 모두 ‘톱10’에 진입했다. 투어에선 이미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선수들이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도쿄올림픽은 세계여자골프 판도의 재편을 알린 상징적인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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