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강백호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야구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병역특례는 취소해 주세요.'

 

한국 야구가 도미니카공화국과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앞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김경문(6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변형된 패자부활전 방식이 적용되면서 두 경기를 연달아 지고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대만 등 강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불참해 3위 이내 입상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선수들의 태도 논란도 불거지면서 청원 글이 올라온 것이다.

 

야구 대표팀은 7일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지면서 대회에 출전한 6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쳤다. 그런데 이 순위는 육상 높이뛰기에서 우상혁(25)이 기록한 순위와 같다. 야구 대표팀은 비판을 받은 반면,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 및 필드 최고 성적이자 한국 신기록(2m35)까지 세워 찬사를 받았다. 우상혁에겐 병역특례가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 종목별 형평성 문제 제기

육상 우상혁과 야구 대표팀의 희비는 결국 병역특례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불씨가 커졌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병역특례 적용 대상자는 김제덕(17•양궁), 안창림(27•유도), 장준(21•태권도)으로 확인됐다. 당초 8명이 병역특례 대상자로 거론됐지만, 그 중 5명은 이미 예비역이거나 병역 면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특례 대상자들은 기초군사훈련만 4주간 받은 후 복무 기간으로 정해져 있는 34개월간 자신의 특기 분야(종목)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해당 기간 사회적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강습이나 공익캠페인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544시간의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면 군 복무로 인정된다.

 

병역특례는 지난 1973년 처음 도입됐다.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올림픽 외에 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아선수권 등의 국제 대회에서 3위 이상 입상하면 특례 대상자가 됐지만,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의 기준이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단체 종목의 경우 후보 선수들도 팀이 메달을 따내면 병역특례를 적용 받도록 개정됐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점수제도 하나의 대안

스포츠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선수 생활을 단절 없이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병역특례 기준도 형평성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같은 순위라도 종목별로 다른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야구 대표팀의 경우 출전국 가운데 중위권만 해도 동메달 입상이 가능했지만, 육상은 한국이 불모지에 가까웠던 터라 메달 획득이 매우 어려웠다.

 

물론 이번 대회 논란을 계기로 병역특례 기준이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목별로 메달 획득의 난이도를 어떻게 형평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현행처럼 메달을 기준으로 하기보단 누적점수제로 바꾸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72 뮌헨올림픽부터 13차례나 올림픽을 경험한 최동철(78) 스포츠 대기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따거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적용을 받는데, 사실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그러한 규정을 폐지하려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병무청 결정으로 유지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메달 획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보단 점수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근대5종 정진화(32) 선수의 경우 4위를 차지했는데, 지금의 기준으로라면 동메달 선수와 엄청난 (혜택의) 차이가 있어 보여 안타깝다. 그런데 점수제로 하면 4위를 해도 순위에 맞는 점수를 받게 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연금지급 기준처럼 점수를 기준으로 병역특례를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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