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5일 인천 서구 KAL 아파트 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인천=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전 진짜 거짓말 못 해요(웃음). 저의 밝고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거 아닐까요?"

 

'탁구 요정' 신유빈(17·대한항공)에게 인기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해맑게 웃을 때는 영락없는 열일곱 소녀다.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그야말로 '신드롬'을 몰고 왔다. 팬들은 ‘어린 시절 '탁구 신동'으로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꼬마가 한국 탁구의 미래로 성장했다’며 열광한다. 특유의 기합이 병아리의 '삐약'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삐약이'라는 애칭도 붙였다. 

 

'라아징스타'로서 신유빈은 올림픽이 끝난 뒤 잡지 화보 촬영, 언론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와 일정 조정이 어려울 정도였다"라며 "TV 프로그램 섭외 요청도 20개 넘게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5일 인천 서구 KAL 아파트 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빡빡한 일정을 비집고 들어간 인터뷰라 피곤할 법했지만, 신유빈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25일 인천 KAL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인기를 실감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많이 알아봐주셔서 신기하다. '저를 어떻게 아시지'라는 생각을 한다"며 "아무래도 기합 소리 때문에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저도 '신유빈 삐약 모음' 영상을 봤다. 정말 삐약 소리가 나더라. 기합을 넣는 건 긴장을 다스리는 저만의 루틴이다.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10대에 경험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신유빈의 성장에 자양분이 됐다. 탁구계 관계자들은 신유빈이 올림픽을 치르면서 기술적·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신유빈은 "올림픽이라고 더 긴장되진 않았다. 다만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여서 그런지 시합을 할 때 소름이 돋았다"며 "올림픽 때 여유 있게 앞서다가도 마음 급해지니까 따라 잡히더라. 경기운영 능력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최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전 전승을 올려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2021 세계선수권대회 파이널스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올림픽만 보고 쉬지 않고 달려서 잔부상이 조금씩 있다.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다"라고 웃으며 "감독, 코치 선생님들이 '팬들은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가장 좋아하실 거야'라고 말씀해주셔서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신유빈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이다. 지난해 초 실업에 조기 입문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힘과 체력, 체격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키는 이미 성인 수준인 168cm 이상이다. 올림픽 후 키가 더 컸다. "인터뷰하기 전에 병원에 들러서 키를 쟀는데 168.6cm가 나왔다. 키가 또 커서 기뻤다. 아직 성장판이 안 닫힌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탁구 천재'로 불리지만 사실 '노력형 천재'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다. 타고난 재능에 즐기며 노력하는 사람은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신유빈이 바로 그런 선수다. 강문수(69) 대한항공 탁구단 총감독은 "(신)유빈이는 남들보다 훈련을 하나라도 더하려는 자세가 좋다. 욕심이 많고 근성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신유빈은 "재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노력파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재능만으고 탁구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그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탁구대에 서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면서도 평소엔 발랄한 10대다. 패션과 아이돌 가수에 관심이 많고, 떡볶이를 좋아하는 신유빈의 일상은 또래들과 다를 게 없다. "제가 꾸미는 걸 엄청 좋아해요"라고 웃은 신유빈은 "탁구 할 때는 선크림밖에 안 바르지만 평소에는 화장하는 걸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쉴 때는 집에서 먹고 논다. 이른바 '집순이' 스타일이다. 가끔 친구들과 쇼핑을 하거나 떡볶이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5일 인천 서구 KAL 아파트 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신유빈은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 팬이 '삐약유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처음에 별생각 없이 팬 요청에 따라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 영상을 찍어 보내줬는데 어느새 구독자가 6만7000명까지 늘었다. "팬들이 제 이름으로 수익금을 기부하자고 하셔서 더 열심히 찍어 보겠다고 했다. 해 보고 싶은 콘텐츠는 따로 없다. 팬들이 원하시는 영상을 찍을 생각이다. 최근 Q&A 영상을 찍었는데 질문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선한 인상에서 알 수 있듯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 '기부천사' 신유빈은 28일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해 8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소속팀 대한항공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수원의 한 보육원에 600만 원 상당의 운동화를 선물한 바 있다.

기부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신유빈은 "몇 년 전에 아빠와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방탄소년단이 기부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 아빠와 '돈은 많이 필요 없다.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 첫 월급을 받으면 기부를 하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침체기가 길었던 한국 여자 탁구에 모처럼 나타난 '신성'이다. 탁구계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유빈이 한국 탁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 그는 "제가 잘해서 한국 탁구가 다시 일어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꼭 따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또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전 그거면 됩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