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5일 인천 서구 KAL 아파트 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탁구요정의 당찬 기합 소리가 다시 한번 열도에 울려 퍼질 예정이다. 한국 탁구의 미래 신유빈(17·대한항공)이 일본 리그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이 낳은 스타다.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여자 단식 3라운드, 단체전 8강에 오르며 갈채를 받았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쿄올림픽에서 성장한 그는 이번 달 새 시즌을 시작하는 일본 프로탁구 T리그에서 프로로 데뷔한다. 대한항공 선배인 김하영(23)과 함께 후쿠오카시를 연고지로 둔 신생 여자팀 규슈 아스티다 소속으로 약 반년에 걸쳐 2021-2022시즌을 소화하게 된다.

 

다만 변수가 있다. 방역 상황이 바뀌어 일본 출국, 귀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신유빈의 올 시즌 일본 프로 무대 데뷔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신유빈은 백신 2차 접종까지 다 했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뒤에 일본에 입국했다. 자가격리 면제 대상자여서 이번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는 귀국한 뒤 곧바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출입국 할 때 14일 격리를 해야 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T리그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신유빈은 일본에 가기 난감해지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국내 경기가 없을 때 T리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2018년 첫 시즌을 시작한 T리그는 중국 슈퍼리그와 아시아 프로탁구의 양대 산맥으로 성장하고 있다. 남자부는 4개 팀, 여자부는 5개 팀으로 이뤄진다. 단체전 방식으로 리그가 치러지는 가운데, 여자부는 팀당 20경기를 소화한다. 정영식(29), 장우진(26·이상 미래에셋), 이상수(31·삼성생명), 서효원(34·렛츠런파크)이 과거 일본 T리그에서 뛰었다. 신유빈과 짝을 이뤄 오는 11월 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에 출전하는 조대성(19·삼성생명)도 T리그서 활약한 바 있다.

 

신유빈은 일본 리그 경험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인천 KAL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올림픽에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경기운영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올림픽 통해 제게 가장 부족한 게 경험이라고 느꼈다. 일본에 가면 경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어서 T리그 진출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애초 신유빈은 도쿄 수도권 팀에서 먼저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신생팀 아스티다였다. "성적을 생각하면 도쿄 팀에 가는 게 좋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으려면 신생팀에 가는 게 낫다"며 "실력이 뛰어난 일본 선수들과 계속 맞붙으면서 경험 쌓고 성장하고 싶어서 아스티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신유빈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일본 선수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터득했다. "어릴 때부터 국제 대회를 많이 나갔는데 또래 일본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며 "장난치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일본 친구들과 대회서 만났을 때나 사회관계방서비스(SNS)에서 일본어로 대화한다"고 웃었다.

 

일본과 중국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를 꿈꾸는 신유빈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내년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권에 들기 위해선 일본, 중국 선수들을 꺾어야 한다. 신유빈은 "일본과 중국에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그 선수들을 꺾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지금부터 많이 부딪혀보고 배울 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여자탁구의 에이스 이토 미마(21)는 중국의 쑨잉샤(21·세계 2위)와 함께 신유빈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미마는 신유빈처럼 어릴적부터 신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세계 3위의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16살에 출전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혼합 복식 금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여자 탁구의 ‘에이스’로 자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폭풍 성장' 중인 신유빈은 가까운 미래에 '한일 신동 대결'을 꿈꾼다. "이토 미마 선수와 국제 대회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사이다. 저는 비교도 안 된다.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선수다. 미마 선수와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신유빈은 이달 28일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다. 오는 11월에는 세계탁구선수권 출전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그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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