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박종민] 한국 여자축구가 월드컵 사상 첫 16강이라는 쾌거를 올렸지만, 크게 웃지 못하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대표팀의 지소연(23·첼시)과 박은선(28·로시얀카)이다.

당초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처럼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2014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2014-2015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선정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휩쓴 지소연은 인디펜던트 등 외신으로부터 축구여제 마르타(29·브라질)와 비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그가 올린 공격포인트는 코스타리카전 페널티킥 골이 유일했다. 18일 스페인전에선 FIFA 선정 경기 ‘최우수선수’에 올랐지만, 프랑스와 16강전에선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지소연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다르긴 하더라. 압박감의 수준이 달랐다"고 심적 고충을 털어놨다. 부상과 심적 압박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고백이었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후 12년 만에 ‘꿈의 무대’에 나선 박은선도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양쪽 발목 부상 탓이었다. 그는 키프로스컵에서 왼쪽 발목을, 소속팀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 결장한 박은선은 스페인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부진은 선발 출전한 프랑스전까지 이어졌다. 박은선은 이날 전반 13분 회심의 중거리포로 월드컵 첫 득점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박은선은 지난해 월드컵 예선에서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으나 정작 본 대회에서는 침묵했다. 프랑스전에서 ‘단짝’ 지소연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박은선은 성별논란으로 자신을 자극한 해외 언론들에 본때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을 괴롭힌 것은 ‘부상 악령’이었다. 지소연, 박은선과 함께 공격의 핵심인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는 무릎 부상으로 캐나다행 비행기에 타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월드컵 출정식을 이틀 앞두고 파주 NFC에서 열린 능곡고와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왼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지난 8일 신담영(21·수원시설관리공단)마저 발목인대가 파열돼 전술 구상에 애를 먹었다. 지소연과 박은선, 여민지, 신담영 등이 풀가동됐다면 한국은 1승1무1패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16강에 올랐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여자대표팀은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월드컵 16강이라는 ‘기적의 꽃’을 피웠다. 지소연은 대회 후 소감에서 “우리는 정말 잘 했다. 4년 후 대회에서는 더 강해져 있을 것”이라며 희망찬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진=지소연(왼쪽)과 박은선. 아래는 여민지(KFA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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