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체인지업 장인'이 돌아왔다. 우리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즌 최종전에서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류현진은 4일(이하 한국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정규 시즌 최종전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1개만 내줬고, 삼진은 7개를 빼앗았다. 팀이 12-4로 대승을 거두면서 시즌 14승(10패)째를 달성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을 마크했다. 그는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 시절인 2013년과 2014년, 2019년에도 14승을 올렸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모처럼 제 몫을 다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돌아온 체인지업

이날 류현진은 77개의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의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의 이날 속구 최고 구속은 92.7마일(약 시속 149.1km)까지 나왔다.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컷패스트볼(커터)을 섞어 던졌다.

낮게 제구되는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돋보였다. 평균 구속 81.1마일(약 시속 130.5km)의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총 27개의 체인지업을 던져 16번의 스윙을 끌어냈다. 이 중 10번이 헛스윙이었다. 헛스윙률이 63%에 이르렀다. 삼진 7개 중 4개를 체인지업 결정구로 잡았다. 1회 첫 타자 세드릭 멀린스(27)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잡은 류현진은 2회 2아웃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올렸다. 체인지업으로 1회 아웃카운트 2개를 'K'로 장식했고, 2회에는 낙차 큰 커브와 송곳 같은 빠른 공으로 연속 삼진을 만들었다.

찰리 몬토요(56) 토론토 감독은 "오늘은 '빈티지(vintage·최상급) 류'의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체인지업이 매우 좋았는데, 밸런스를 유지하며 잘 던졌다"고 평가했다.

◆ 흔들린 에이스의 위상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4.37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류현진이 규정 이닝을 채운 시즌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그는 개인 시즌 최다패(10)도 기록한 바 있다. 홈런 역시 가장 많은 24개를 허용했고, 선발 투수 평가 지표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13회에 불과했다. 빅리그 진출 이래 가장 많은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169이닝을 소화하며 3년 연속 규정 이닝(162이닝)’을 달성한 게 위안거리다.

후반기 부진이 뼈아팠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부동의 에이스였다.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강점이던 제구가 흔들리면서 극도로 부진했다. 8월 6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 되는 경우가 두 차례나 있었다. 9월에는 더욱 부진했다. 4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고개를 숙였다. 9월 7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13승째를 따낸 이후 3경기 연속 5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내려왔다. 괴물의 위용은 사라졌고, 입지는 불안해졌다. 팀 동료 로비 레이(13승 7패, 평균자책점 2.84)에게 에이스 칭호를 내줬다. 류현진은 “선발로 나와 일찍 무너진 경기가 많았다”면서 “나온 경기 수에 비해 이닝 소화가 적은 것은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 가을 무대 밟는 김광현과 최지만

류현진은 승리했지만 웃지 못했다. 토론토가 '한 끗' 차이로 가을 야구 초대장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두 장은 이날 경기 전까지 와일드카드 순위 1, 2위를 달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양키스에 돌아갔다. 보스턴은 워싱턴 내셔널스를 6-5로 제압했고, 양키스는 탬파베이를 1-0으로 따돌렸다. 두 팀은 나란히 92승 70패를 기록해 토론토(91승 71패)를 1승 차로 제치고 가을 야구에 나가게 됐다.

코리안 빅리거 중엔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만이 가을 무대를 밟게 됐다. 탬파베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과 양키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와 만난다. 보스턴과 양키스의 단판 경기는 6일 오전 9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다.

김광현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와 디비전 시리즈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두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아메리칸리그에선 탬파베이(동부), 시카고 화이트삭스(중부), 휴스턴 애스트로스(서부), 보스턴, 양키스 등 5개 팀이 가을 야구 무대를 밟는다. 내셔널리그에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동부), 밀워키 브루어스(중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서부)가 각각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를 잡았다.

양대 리그 디비전시리즈는 8일,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16일 시작한다. 양대 리그 챔피언이 맞붙는 월드시리즈는 27일 개막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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