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조정석은 매 작품에서 펄떡이는 연기력을 과시한 배우다. 그런 조정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였다. 이 작품으로 인기 있는 뮤지컬 배우에서 대중의 인기까지 얻게 돼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갔고, 매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부터 23일 막을 올린 영화 ‘형’까지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조정석을 만났다. 

-시사 때 ‘형’을 어떻게 봤나. 재미는 있었나.

“재미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 작품을 선택하기도 했으니까. 한 가지 고민했던 게 있는데 내가 연기한 고두식이 욕을 많이 하는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평상시 욕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라 수위를 조금 조절했던 것 같다. 다행히 조정석의 색깔은 묻어난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마다 배우의 매력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두식을 보면서 ‘건축학개론’ 납득이가 생각나기도 하던데.

“납득이를 생각하며 고두식을 연기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면서 납득이가 오마주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왜~ 동생 고두영(도경수)에게 연애 코치를 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도경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기가 막히게 좋았다. 그래서 결과물도 좋았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니긴 하다. 도경수의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 도경수의 집중력과 타고난 감성이 카메라에 묻지 않으면 속상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생각하고 분석하는데 방해가 되면 안 되지 않나. 연기에 대한 조언은 많이 하진 않고, 고민하다가 몇 번 얘기했다.”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관객들이 안 웃으면 어쩌지’라는 부담감은 없었다. 물론 작품에 따라, 배우의 위치에 따라 책임감은 늘 있다. ‘형’은 시나리오가 이미 탄탄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기만 잘 살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늘 연기할 때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형’에서 조정석만의 유행어가 있다면.

“없다(웃음). 납득이의 뒤를 이을 유행어는 없는 것 같다. ‘건축학개론’에서도 유행어를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대사 자체가 참 맛깔나서 유행어가 됐다고 본다. 그 당시 KBS2 ‘개그콘서트’에서 내 대사를 패러디하지 않았나. 그 때 이후 더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한다.”

-SBS ‘질투의 화신’에 이어 ‘형’에서도 몸이 아픈 캐릭터다. 

“두 번이나 아픈 역할을 맡으니 연기지만 엄청 감정이입이 됐다. 그러다 보니 눈물도 자연스럽게 흘렀다. 영화에서 펑펑 우는 장면은 첫 테이크에 바로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미씽’으로 개봉을 앞둔 공효진과 극장가에서 맞붙게 됐다.

“그러게 말이다. 하필 개봉일이 비슷하다. 그냥 서로 ‘잘 해보자!’며 응원했다. 거의 6개월 동안 동고동락을 했는데 같이 찍은 작품이 함께 사랑받으면 너무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공효진과 ‘질투의 화신’에서 수위 높은 애정신을 연기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민망하지는 않았다. 공효진도 정말 프로답게 연기하는 체질이라 실감나는 장면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퀄리티 있게 연출하기 위해 나나 공효진이나 서로 노력했다.”
 
-영화에서 박신혜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한 번쯤 박신혜와 연기 해보고 싶었다. 박신혜가 이 영화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도경수랑 내가 자지러지게 좋아했다. 사실 박신혜와는 멜로에서 호흡해보고 싶기도 하다.”
 
-연기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 연기 인생을 되돌아본 적이 있나.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잘 지내고 있나’라고 생각하면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좋을 수만은 없고 옥에 티는 있다. 전보다 주변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는 건 있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뭐 한 거지’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으니까.”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휴식을 취할 생각은 없나.

“‘형’ 홍보가 끝나면 당분간 충전을 하려고 한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소진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에 쉴 때는 충전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 충전하기 위해서는 쉬는 게 맞다. 감정 노동을 하는 연기자로서 연기가 난 재미있다. 왜 사람한테 상처를 받아도 사람한테 치유를 받지 않나. 연기 때문에 힘들어도 연기를 할 때 재미있는 거다. 바로 이게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팬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나.

“주변에서 난리 났다고 하더라. 기분이 너무 좋다. 식당에 가거나 길을 지나칠 때도 뜨거운 반응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연기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팬들과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인기에 보답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 같다.

“위치가 바뀌었다고 내 자신이 달라지진 않는 것 같다. ‘뜨고 나니 변했네’라는 말이 그렇게 나쁘게 들리진 않는다. 오히려 ‘당신이 나를 안다면 변하지 않았을걸?’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상황만 달라졌을 뿐이지 내가 변한 건 아니니까. 변한 게 있다면, 좀 더 주위 사람들을 챙길 일이 많아졌을 뿐이다. 혹자는 변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진짜’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친구들이 자랑거리다(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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