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배운 시간이라고 한다면 배운 시간이고 낭비였다고 한다면 낭비였을 수도 있겠죠."

최근 새 앨범 '마이 웨이'를 발매한 메이다니는 이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이다.

데뷔 이후 어느 한 순간이 쉬웠으랴만은 회사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고 앨범 발매까지 이르는 과정은 유독 힘들었다. 이 사이 공황장애라는,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대신 그 모든 것을 이기고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다른 작곡가 분들의 음악을 받아 노래를 했기 때문에 노래하는 방식이나 앨범 구성 등이 모두 제가 추구한 방향과 맞지는 않았어요. 회사에서 원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도 아마 있었을 거고요. 이번 앨범은 기왕 혼자 하는 거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 손을 거쳤다고 해도 좋을 정도예요."

'압박'이라는 단어로 표현됐지만 그 안에는 지난 10여 년의 쉽지 않았던 연예계 생활이 녹아들어 있다. 라이브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 주위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성공의 길을 걷는 걸 보면서 혼자 남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20살이 채 되지 않은 소녀가 겪기엔 무거웠던 짐은 결국 병이 됐다. 메이다니는 공황장애 증상이 한창 극심했던 때를 떠올리며 "숨이 차서 노래를 못 하고 웃을 때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고 손에도 마비 증상이 왔었다"고 털어놨다.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하는 가수에게 공황장애란 결코 밝히기 쉬운 일이 아니다. '무대에서 노래나 할 수 있겠어?'라는 시선이 메이다니도 괴로웠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공황장애임을 인정한 순간, 메이다니는 비로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됐다. "공황장애란 사실을 거부하고 남이 알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겁쟁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나를 방치하면 안 되겠더라. 병원에 가서 도움도 받고 약도 먹자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그래, 나 겁쟁이야. 그럼 어때'라고 생각했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메이다니는 고백했다.

TV를 틀 때마다 나오는 연습생 시절 동기들도 전에는 마냥 부럽기만 했지만 이젠 편해졌다. 시기, 질투, 분노의 감정은 이젠 들지 않는다며 "그 친구들과 나의 길이 다른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스로를 탓하고, 그게 심해지면 죽고 싶기도 했어요. '저 친구들은 저렇게 잘나가는데 난 왜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요.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말해 줬어요. 그러다 이 정도라도 자리 잡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군요. 노래를 한 지 약 15년이 지났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요. 새로 시작하는 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 인지도나 활동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죠. 제게는 친구들과 다른 길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힘들었던 시간들은 다 노래에 담아내기 위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 하는 시간 동안 메이다니는 보컬 아카데미 등을 다니며 교습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남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됐다. "회사에 있을 땐 편식을 하게 된다"는 그는 "혼자 일할 때 만이라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밝혔다.

"아티스트의 길을 꿈꾸죠. 반짝하고 마는 스타보다는 음악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 우리나라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떠올릴 때 제 이름이 거론된다면 좋겠어요. 춤추고 즐기고 그런 것도 재밌지만 박정현 선배처럼 심사위원으로 나가기도 하고. 혼자 일하면서 여러 가지 꿈이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명품보다는 대중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사진=메이다니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