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김하늘(오른쪽)/사진=르꼬끄 골프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일본 열도에 골프 한류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보미(28)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했다. 여기에 상금왕(1억7,586만9,764엔), 평균최저타수상(70.092타)도 그의 차지가 됐다.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때의 얘기다. 현지 서점가에선 ‘보미짱’ 열풍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보미는 각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보미의 얼굴 캐리커처 상품도 많이 보였다.

이보미뿐 아니라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 신지애(28ㆍ스리본드), 안선주(29) 등도 일본에서 성공 신화를 쓴 선수들이다. 이들의 뒤를 잇고자 하는 선수들이 많다. 안신애(26ㆍ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를 비롯해 이민영(24), 윤채영(29), 한승지(23ㆍ이상 한화), 권지람(22ㆍ롯데) 총 5명은 JLPGA 퀄리파잉스쿨 최종 4차전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22일부터 3일간 일본에서 열린 Q스쿨 3차전 A, B지구에서는 92명이 최종 4차전 진출 티켓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안신애는 A지구에서 1위에 올랐다. 이민영이 2위, 윤채영은 3위에 자리했다. 이들은 29일부터 4일간 열리는 Q스쿨 최종전에 나선다.

JLPGA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일종의 ‘틈새시장’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기로 한 박성현(23ㆍ넵스) 조차 본지와 인터뷰에서 JLPGA 대회에 다시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5월 박성현은 J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에 출전했었다. 공동 8위에 올랐던 그는 “당초 JLPGA 코스들은 나무도 많고 좁다는 말을 들어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가서 생각이 바뀌었다. 일본에 또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유독 경계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JLPGA 주도권은 이미 한국 선수들이 잡았다는 방증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이보미와 동반 플레이 한 고진영(21ㆍ넵스) 역시 전화 통화에서 “일본 생활에 대해 언니한테 물어봤다”며 “언니는 일본의 연습 환경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골프를 할 때 느낌도 더 좋다는 얘기를 했다. ‘한국 선수들이 JLPGA에서 성적이 더 잘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골프 전문가들은 “장타자들은 LPGA에서 두각을 나타내곤 한다. 반면 숏게임에 장점을 보이는 선수들은 JLPGA에서 뛸 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미국 코스의 전장 길이가 더 길다는 점, 정교함을 요구하는 일본여자골프의 성향과도 무관치 않다.

비거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숏게임에선 장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일본 진출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안신애 역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비거리는 한계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신지애나 안선주 등 예외는 있지만, 이보미, 김하늘은 물론 일본 진출에 도전 중인 안신애, 윤채영 등은 상대적으로 슬림한 체형이다. 일본 코스도 전장이 길어지는 추세이지만, 투어 선수들을 보면 아직까진 힘이나 비거리보단 퍼트의 정교함이 더 요구된다.

한국을 오가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서 항공으로 약 2시간이면 일본 땅을 밟을 수 있다. 미국처럼 대회 출전을 위해 엄청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없다. 동아시아권에 속해 있어 서양인 미국보다 문화적으로도 이질감이 적다. JLPGA 진출은 LPGA 진출보다 여러 모로 부담이 적다. 일본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이유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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