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매번 똑같은 연기 재미없잖아요.”‘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은 공효진은 알고 보면 변신의 ‘귀재’다. 그간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늘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영화 ‘미쓰홍당무’ 속 안면홍조 주근깨 여인, ‘러브픽션’의 ‘겨털녀’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고, ‘질투의 화신’ 마지막 회에서는 노인 분장에 도전했다. 배우로서 꺼려할 만한 변신에 늘 도전적인 공효진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미씽ㆍ30일 개봉)에서는 중국 여인을 연기했다. 어눌한 한국어에 얼굴에 점을 찍은 공효진을 보고 있노라면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항상 평가 받는 일이다 보니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다. 영화는 참 모르겠다. 드라마는 잘 될지 안 될지 예상이 간다. 사극이나 의학드라마 같은 장르는 어느 정도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미씽’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기분이 묘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한매가 불쌍해서 마음이 계속 먹먹했다. 사실 한매를 실제 중국배우로 섭외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중국어 대사도 원래 더 많았는데 내가 한매를 하면서 좀 줄인 것 같다(웃음).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필요는 사실 없었다고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고 싶었다. 중국어 선생님에게 중국어를 열심히 배웠다.”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벗는 연기였던 것 같다.

“사실 매번 다른 연기를 하고 싶다. 오락도 똑같은 걸 하면 지겹지 않나. 솔직히 직업만 다를 뿐 캐릭터는 똑같은 대본이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데 다 거절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매번 다른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외모적으로도 변신을 했다. 얼굴에 점을 일일이 다 찍었다던데.

“분장팀과 긴 회의를 거치고 나타난 결과물이다. 원래 얼굴에 점이 별로 없는 편이라 다 찍어야 했다. 주근깨 정도로만 할까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건 귀여운 이미지라 한매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분장이나 변신이 아니라 변장 수준으로 가자고 했다. 왜  한매가 속눈썹도 길지 않나. 연장술도 했다.”

-박복한 한매를 연기하면서 맘이 안 좋았을 것 같다.

“너무 기구하고 박복한 삶 아닌가. 다큐멘터리 같은 사연을 지닌 주인공이라 꽤 오랫동안 속상했다. 물론 워낙 입체적인 캐릭터라 매 장면 불쌍하게 느껴진 건 아니다. 관객이 추리를 할 수 있게 이끌어가야 하기도 했으니까. 연기적으로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맘에 들었다.”

-영화는 엄지원이 연기한 지선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은 건 아닌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좀 더 분량을 늘려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가 딱 좋았다고 생각한다. 더 살을 붙일 이야기도 없다고 생각했다.”

-한매의 남편은 너무 ‘진상’ 아닌가.

“진짜 연기 잘하지 않나. 원래는 틱 장애도 없었는데, 본인이 그 설정을 넣었다. 내 친구들이 영화 보고 하는 첫 말이 ‘너무 싫어, 네 남편’이었다(웃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소에는 참 소녀 같은 성격이다, 수줍음도 많이 타고…. 늘 하는 말이 ‘술이나 한잔해’였다.”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았다. 제작 환경상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미씽’을 찍으면서 요즘 영화 현장이 빡빡하다는 걸 느꼈다. 저예산이라 회차도 여유가 없었다. 촬영도 과부하 됐다. 또 현장에 아이들이 있어서 수월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촬영해야 했으니까. 가끔은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막상 헤어질 때 되니 너무 아쉽기도 했다. 조감독은 아이랑 헤어질 때 눈물도 흘렸다.”

-여배우만 출연한 영화라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하던데.

“쉽지는 않았다. 내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 ‘남자영화’ ‘여자영화’로 가르는 게 아니다. 다양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자, 남자로 가르는 건 아닌 것 같다. 뭐, 할리우드에서도 여배우들이 ‘남자영화’만 제작되는 현실에 불만을 갖는 걸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남자 관객들이 좀 더 주도권을 갖고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웃음).”

-‘미씽’은 여자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소재지만, 남자 관객들이 선호할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 관객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늘 같이 숨 쉬는 공기 같은 일들일 수 있으니까. 다 아는 얘기라고 단정 짓지 말고, 관심을 가졌으면 더 고마울 것 같다.”

-‘질투의 화신’으로 호흡을 맞춘 조정석과는 극장에서 대결구도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둘도 ‘하필 시기가 왜 이러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떤 영화가 더 잘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누가 운명의 승자가 될지 가늠이 안 가서 긴장된다. 그런데 ‘형’에서 조정석이 보여준 연기는 ‘질투의 화신’ 이화신이 떠오르지 않을까? ‘미씽’의 공효진은 표나리와는 전혀 다르니까. 그게 내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하하.”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비상업적인 작품에 더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왜 그러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드라마도 사실 누구나 환영하는 내용은 아니다. ‘질투의 화신’도 양다리를 걸치는 여자 이야기 아닌가. 어느 정도 고정 시청률이 정해진 사극이나 의학 드라마 같은 건 선택한 적은 없다. 나름대로 그동안 내가 택한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이야기인데 신뢰도가 높아질 만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는 글쎄…. 내가 봐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좀 특이한 것 같다.”

-드라마에서도 공효진이 연기하는 ‘센 캐릭터’를 보고 싶다.

“그러게. 악역 제의가 들어오지 않더라. 한 번쯤 드라마에서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웃음). ‘미씽’에서 연기한 한매도 절대적인 악역은 아니지 않나. 한 번쯤은 악역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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