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2016년 존재감을 쨍하고 보여준 배우들 중 박하선을 빼놓을 수 없다. 박하선은 드라마 한 편으로 가장 짠하고 현실성이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tvN ‘혼술남녀’에서 가장 돋보였던 박하선은 갑보다 을(乙)이 더 어울리는 연기 덕에 ‘흙수저 전문배우’라는 재미난 닉네임까지 획득했다. 차기작 ‘청년경찰’을 확정 짓고 짠함의 극치였던 박하나 샘과 잠시만 안녕을 고한 박하선과 마주했다.

-흙수저 전문배우 타이틀을 획득했다.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인데 막상 들으니 묘했다. 얼마 전에 ‘런드리데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되게 흔녀인줄 알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좋지만은 않았다(웃음).”

-작품에서 화려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인 것 같은데.

“다음엔 화려하게 꾸미는 역할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악녀도 해보고 싶은게 그 때문이다. 늘 착해 보이고 웃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원래 성격은 어떤가.

“애교도 없고 무뚝뚝하고 낯도 많이 가린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실망이 많이 하더라. 여자들에게 사랑 받고 싶은데 낯을 가려서 그런 적이 없었다.”

-‘혼술남녀’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나.

“이번처럼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던 드라마가 없다. 다 같이 기뻐하며 끝나서 좋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좋은 언니, 오빠가 생겼다. 촬영 때 FD에게 ‘언니 힘내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후로 마음을 편히 놓게 됐다.”

-시즌2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방송 때는 연장을 바랐고, 시즌2를 했으면 좋겠다. 내년 이맘때 겨울쯤 같은 멤버라면 (나도) 할 수 있다.”

-2년 만의 컴백이었다.

“사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자숙 후 복귀하는 느낌이었다. 작품을 시작할 때 감독과 작가에게 나 좀 살려달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오랜만에 작품인데 욕을 안 먹었으면 싶어서였다. 다행이 욕은 안 먹은 것 같다(웃음).”

-공백기는 왜 길었나.

“그동안 사람한테 치이기도 하고, 연기조차 ‘늘 똑같은걸 하고 있구나’ 하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슬럼프가 왔다. 중국에 진출했을 때는 말 없이 감정으로만 상대 배우와 교류하니 똑같은 연기를 또 하네 하고 느꼈다. 그러면서 쉬게 됐다. 그런데 또 일 밖에 재미있는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긋지긋해도 일이 좋다.”

-극중에서 많이 울었다.

“2년 동안 쉬었을 때와 어려웠던 때가 생각나 공감을 했다. 몇 장면은 추가해서 더 울기도 했다. 예전에는 우는 연기가 많이 두려웠다. 눈물이 안 터질 때가 있어서. 이번에는 감정이 와 닿아 두렵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우는 연기도 수월했다.”

-배경이 된 노량진에서의 촬영은 힘들지 않았나.

“방송 전에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달가워 하지 않는게 눈에 보였다. 방송 이후에는 자신들의 얘기 같은지 눈에 띄게 협조를 잘해줬다. 캐릭터나 드라마의 힘이 큰 것을 느꼈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술이 고파졌다. 실제로 혼술을 하나.

“드라마 이후 혼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래 봐야 울적한 일이 있거나, 영화 볼 때, 밥을 먹을 때 한잔 하는 정도다. 20대 초에는 소주를 많이 마셨는데 드라마 이후 온갖 술을 다 마시고 있다. 실제로 술을 즐기는 편인데 극중 박하나는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매일 술로 달래는 모습이 짠했다.”

-연하의 배우와는 생애 첫 호흡이었다.

“맞다. 연하의 파트너는 공명이 처음이었다. 많이 미안한 게 무엇이든 잘해주고 싶었는데 내 코가 석자라 그러질 못했다. 공명은 좀 있으면 청춘스타가 될 것 같다.”

-커플이었던 하석진은 어땠나.

“도시적인 느낌이 강해 불편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동네 오빠같고 개구진 면이 있었다. 극중에서 케미를 좀 늦게 맞추게 됐는데 그럼에도 파트너 중에 최고였다.”

-영화 ‘청년경찰’로 차기작을 정했다.

“박서준, 강하늘의 경찰대 선배이자 카리스마 있는 훈련단장을 연기한다. 당분간 소처럼 일하고 싶다. 데뷔 11년 차인데 연기가 내 길 같다. 죽을 때 묘비에 배우라는 두 글자를 남기고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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