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허인혜] 개는 제 나름의 방식으로 주인을 챙긴다. 그렇게 따르는 모습이 애틋하고 예뻐서 주인은 다시 반려견을 돌봐 준다. 애착으로 굴러가는 사이클, 개와 주인 같은 관계가 종영 드라마 ‘쇼핑왕 루이’ 속 복실과 루이다. ‘대형견’이 되겠다 호언장담한 뒤 촬영장에서 배를 뒤집어 보이며 애교를 부렸단다. 그러다가도 연기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서인국은 복실한 흰 강아지 사모예드보다 시베리안 허스키에 가까웠다.

-‘대형견’이 되겠다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강아지’를 쳐보니 강아지 애교 동영상이 넘치더라. 강아지가 기분이 좋으면 드러눕던데, 나도 촬영장에서 배 까고 누웠다. 루이가 기억을 잃은 뒤에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한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지겹지 않으면서 복실에게 어른스러움을 입히려면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게 대형견이다.”

-복실이라면 루이를 주워다 키울 자신이 있나.

“조건이 없다면 ‘노(No)’다. 복실의 입장에서는 사라진 동생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이자 증인이 루이였잖나. 또 복실이었으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경찰서에서 경찰 아저씨가 “(루이가)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하자 복실은 “기억도 못하는 사람을 내치냐”고 말한다. 이 순수함이 고복실 아닌가.”

-극중 대사 ‘복실’에서 남성미를 느낀 팬들이 많았다.

“의외였다. 강아지 설정 속 한 부분이었는데 남자답게 보더라. 세상에 복실과 나만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김집사님’이라는 호칭도 사실 ‘김집사’였다. 톰과 제리 관계를 마음 먹었는데 반말로 투닥거리면 루이가 미워 보일 것 같았다. (이벤트 신도 ‘심쿵’했다고 묻자) 성인이 되면 이벤트 잘 안 하지 않나?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신이었다.”

-키스 장인이라 불린다.

“키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민망하다(웃음). 키스신은 드라마의 꽃이다.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서 그렇다. 키스신이 아름다우려면 서사가 필요하다. 스토리의 탄탄함, 인물간의 관계가 쌓이지 않으면 키스신은 예쁘지 않다. (남)지현이와 스텝들이 키스신 촬영까지 둘의 역경과 실수, 유대를 잘 갖춰두었다.”

-남지현과 연기 합은 어땠나.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을 기대한다. 복실과 루이는 같이 살았다. 매일 보고 빨리 친해졌다. 복실이 ‘세상 아무도 널 믿지 않아도 나는 믿어’라고 말했을 때, 연기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울컥했다. 연기할 때 이런저런 상황 리허설을 잔뜩 하는 스타일이다. 상대 배우를 괴롭히는 작업 방식인데, 남지현은 다 수용한다. 그리고 전부 다르게 연기한다.”

-기억을 잃고, 찾고, 잃는다. ‘리셋’을 연기한 비법은.

“기억을 잃기 전 루이의 특성은 그대로 간다. 주변 사람들만 바뀐다. 루이의 기본 틀을 두고 주변 인물들로 인해 성숙해지는 변화만 다르게 꾸렸다. 당연히 기억을 잃기 전후의 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돈이 많고 적음을 아는 것부터 큰 차이니까. 하지만 하나의 색이 톤을 달리한다고 여겼다. 기억을 잃기 전 루이가 안개 낀 노랑이라면, 이후의 루이는 개나리 색이다.”

-인간 서인국과 루이의 싱크로율은.

“서인국도 쇼핑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다. 루이의 천성은 부럽다. 루이가 갖고 있는 시각은 순수하고 과장이 없다.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자’다. 루이가 측은했던 점은 세상을 두려워하는 마음. 아무리 성품이 밝아도 루이는 갇혀 살았고, 기억도 잃었다. 덩그러니 남은 기분을 표현하려고 작은 액션을 연구했다. 손가락 꼼지락거리기 같은. 눈치채신 시청자도 있더라.”

-‘계단신’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레드카펫 계단신을 보면 계단 간격이 무척 타이트하다. 168계단을 한 번만 오르는 게 아니라 풀샷, 앵글이 바뀔 때마다 또 찍었다. 다행인 건 루이가 체력이 약한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38사기동대’ 양정도는 사기꾼이라 내내 도망 다녔다. 심리적으로 어려웠던 장면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복실을 만났을 때. 사람 서인국은 다 아는데, 모른 체 하는 게 고충이었다.”

-‘백사장 신’처럼 연출이 좋은 장면이 눈에 띈다. 비하인드는.

“그날 의상팀이 뭘 짬짜미했는지 루이와 복실의 의상이 딱 맞았다. 감독이 솜사탕 아저씨도 섭외했다. ‘백사장에 솜사탕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는데 감독이 ‘그냥 예뻐서’라고 했다. 날씨도 도와줬다. 갑자기 춤을 추는 연출에 몰입이 어려웠는데 장면을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로 보였다.”

-로맨틱 코미디와 판타지다. 힐링 드라마라는데.

“‘청정 드라마’로 불렸다. 드라마 속 깨끗한 세계에 살고 싶다는 바람을 부르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을 부를 때 집안이 난장판인 장면이 있다. 집안이 북적거리고 어지럽고. 루이의 할머니가 ‘왜 여태 이렇게 안 살았을까’하며 눈물을 흘린다. 루이와 복실의 사랑도 동화다. 많은 분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면서 5%대의 첫 시청률도 올랐다.”

-윤상현과 브로맨스도 화제였다.

“장난으로 시작했다. 차중원의 캐릭터와 목소리를 따라해봤더니 반응이 좋았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없다면 어려웠을 장면이다. (윤)상현 형은 마음을 열어놓고 벽이 없는 사람이다. ‘38사기동대’에서 대척점이었던 오대환 형과는 이번에 더 친해졌다. 형은 작품에 깊게 몰입한다. ‘38사기동대’때는 내게 말도 못 놨다. 루이와는 친형제 같았고.”

-사기꾼에서 루이가 됐다. 연기 변신이 잦다.

“캐릭터보다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골라서다. 또 캐릭터 설정을 잡을 때 다른 작품을 안 본다. 은연 중에라도 따라 하지 않을까 싶어서. ‘38사기동대’가 끝나고 ‘쇼핑왕 루이’까지 시간이 타이트했다.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끌어내는 힘을 배웠다. 양정도는 감정을 참는 캐릭터다. 루이는 발산한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단기간에 몰입하며 성장했다.”

-서인국의 대표작은 뭘까? 루이가 인생 캐릭터라는 평도 있다.

“‘사랑비’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태생 때문에 공중파 제약이 많았다. 거의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그때 만난 게 ‘사랑비’였다. 윤아 씨를 보면서 “쟤가 이 학교 퀸카가?”라고 첫 대사를 뱉었다. 응어리가 터지는 느낌이더라. 스펙트럼을 넓혀준 건 ‘응답하라 1997’이다. 차기작? 끝도 없이 나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가수 서인국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좋은 곡으로 답하겠다.”

사진=임민환기자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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