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대한 찬반을 묻자 증인으로 참석한 재벌 총수들이 손을 들어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예상대로였다. 국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재벌 총수들을 망신주기 위한 질문만 이어졌다. 정작 주범들이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싸늘해지고 있다.

◆ 김 빠진 청문회, 목적이 재벌 망신주기?

이날 청문회가 열린 명분은 재벌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 및 재벌총수들과 유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검찰이 총수들을 소환해서 조사를 진행했었지만 정계는 공개적으로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며 청문회를 추진했다.

그런데 정작 주범인 최순실 씨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김빠진 모양이 됐다. 조카인 장시호 씨도 마찬가지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정유라 씨에는 소환장조차 발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었다.

기업들이 피해자라는 정황까지도 속속 드러나면서 재벌 총수를 대거 소환하는 의미도 희미해졌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조성한 경위는 이미 청와대 외압에 따른 것임이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제기했다는 민원도 특혜라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를 핑계로 또 재벌 ‘망신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그리고 청문회 뚜껑을 열자마자 현실화됐다.

◆ ‘삼성이라서’ 뭇매 맞은 이재용

이날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이 대답했어야 하는 사항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낼 때 대가성이 있었는지, 그 밖에 최순실 씨 측근에 특혜를 준 사안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 조사를 통해서 밝힐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를 위해 재벌 총수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거의 없었다. 청문회 포문을 연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말을 구입하고 이 말이 정유라 씨에게 제공된 경위를 물으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파해치는 듯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한화가 삼성테크원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성장한 사례를 들며 근거도 없이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공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몰렸다. 의원들 대부분은 질문 기회를 얻을 때마다 ‘이재용 증인’을 호명하며 주제와는 관계가 없는 질문만을 쏟아냈다.

이 부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얼만큼을 상속받았고 상속세를 얼마나 냈는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노동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었다. 갤럭시노트7 실패 책임을 물으면서 경영 능력에 대한 비판까지 나왔다. 

심지어는 “아직 50세도 넘지 않았는데 어른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답변을 하느냐”는 타박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송구하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 국조특위, 재벌 때리다 목표 잃나

국조특위 청문회가 당초 목표와는 달리 재계 때리기에만 혈안이 되면서 최순실 게이트 조사에도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비선실세, 정계 비리에 맞춰졌던 여론이 자칫 재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도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최순실 씨를 청문회에 부르지 못했던 국회에 대해 국민들은 큰 불신을 나타냈었다. 일부 국민들은 벌써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집회를 하자는 주장을 내고 있다. 6일 오전에는 국회 담장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도 있었다.

일단 정계는 최순실 씨 일가와 우병우 전 수석을 7일에는 꼭 불러오겠다고 나선 상태다. 청문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6일 국회 증인 불출석시 일시구금 등을 가능케 하도록 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실제 증인을 청문회 자리로 불러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만큼, 여론이 쉽게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라고 했더니 국회가 재벌 총수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가 '탄핵 정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지도 우려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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