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고경표는 어제보다 오늘이,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고경표는 올 초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안방극장 멜로남 계보에 이름을 추가했다. 하반기에는 ‘질투의 화신’(질투)으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실제 나이보다 열 살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어른인 척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정석, 공효진과의 삼각관계에서 충분한 지분을 확보했다. 서브(Sub) 캐릭터의 숙명일 수 밖에 없는 비록 해피엔딩이 아니었지만 1명의 여심 대신 셀 수 없는 여심을 ‘나의 것’으로 차지했다.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많이 쪘을 때와 15킬로그램 정도 차이가 난다. 원래 살이 쪄본 적이 없는데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마치고 연극연출을 하면서 6개월 여 여가시간을 많이 즐겼더니 쪘다.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며 뺐다. 좋아하는 술도 줄였다.”

-‘응팔’, ‘질투’ 두 작품으로 얻은게 있나.

“전작의 이미지들이 차기작의 캐릭터를 방해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질투’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응팔’의 선우였는데 막상 마주해보니 둘의 다른 점을 보여준 게 뿌듯했다.”

-재벌 3세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대본을 보면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즐긴다. 텍스트(대본ㆍ시놉시스)를 많이 보는데 묻어 나오는 모습이 있다. 상상으로 외적인 모습을 구체화했다. 또 대본을 받을 때 작가와 연출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고정원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인게 본질을 들여보는 사람이었다.”

-캐릭터 연구가 흥미롭다, 더 들려달라.

“재력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려하지 않는 것. 사람 자체를 보려는 인물. 너한테 손수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다 등등. 만들어진 과자를 사주기보다 직접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 고민과 정성이 다른 인물로 이해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여주인공과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고정원은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현실에 없는 남자여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회 표나리와 이화신의 결혼식 사회를 보는 모습도 판타지 같은 요소 아니냐. 나름 정원이가 함께 해서 좋았기도 했다.”

-표나리와 이화신이 맺어지면서 비중이 줄었다.

“비중이 적어지고 설명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속상한 한편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 것 같아서다. 서숙향 작가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잘해줬어요’라는 해줬는데 그 말에서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더 힘이 돼주고 싶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연애를 못해본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런가? 정원이가 많이 이해하고 참는 인물이라서? 그런데 장미희 선배가 너는 깊은 사랑을 해봤던 친구 같다고 했다.”

-실제 연애 경험이 많나.

“연애할 때는 무엇이든 진심을 보여주고 진심이 되려 한다. (연애) 해볼 만큼 했다.”

-애정 표현은 잘하나.

“오그라드는 말 잘한다. 친구나 부모님께도 망설이지 않고 사랑한다고 한다. 자주 하다 보니 이제 친구들도 ‘나도 사랑해’라고 화답할 정도다.”

-조정석과 공효진은 생활연기가 강점인 배우들이다.

“생활연기 나도 참 좋아하는데요, 정원이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라 디렉션에서 제재를 많이 당했다. 같이 흐트러지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캐릭터와 멀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초기부터 구상했던 정원이를 잃지 않으려 했다. 두 선배의 리액션이 뒷받침돼 캐릭터를 만드는데 80%를 해줬다.”

-슈트 입은 고정원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젠틀맨 이미지였다.

“‘귀여운 여인’의 리차드 기어에서 모티프를 땄는데, 박신우 감독과 조정석 선배는 조지 클루니 얘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일부러 슈트도 제작했나.

“초반 정원이의 캐릭터를 굳히는데 필요했다. 정원이는 이런 사람을 외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총 다섯 벌을 제작했는데 실제로 입을 예정이다. 에스타도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박준호 디자이너가 친한 형이라 제작해줬다.”

-혹시 기념품으로 남겼나.

“작품이 끝나면 기억할 만한 것을 소장한다. ‘무한도전’ 출연 때 입었던 정팀의 주황색 트레이닝복과 신발도 가지고 있다. 시트콤 ‘스탠바이’ 때는 반납했어야 할 교복을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다. 보통 대본은 회차가 빠진 채로 보관하는데 ‘응팔’은 1회부터 20회까지 새 책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인기는 실감하나.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취해 있거나 갖지 않으려 한다. 인기는 언젠가 거품처럼 사라질 것을 안다. 인기는 소유한 게 아니다.”

-2016년을 갈무리한다면.

“고경표라는 배우의 색을 보여준 것 같다. 배우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응팔’의 선우, ‘질투’의 정원 등등 다른 성향의 캐릭터를 한 사람이 연기했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 그런 초석을 잘 닦은 한 해이지 않나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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