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MBC 드라마의 시청률 효자 ‘쇼핑왕 루이’는 루이와 복실의 케미스트리, 두 배역을 연기한 서인국과 남지현의 퍼펙트한 연기 궁합 덕을 톡톡히 봤다. 서인국이 멍뭉이(강아지 같은 귀여움) 같은 순박한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를 극대화시킨 장본인은 남지현이었다. 순박에 순수를 더한 남지현의 연기에 ‘쇼핑왕 루이’는 방송 동안 힐링드라마로 불렸다.

-동시간대 ‘질투의 화신’, ‘공항가는 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비교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를 예측할 때 남녀주인공이 누구인지가 시작점이다. 두 드라마에는 톱급의 장인이 있었고, 나는 햇병아리 같은 존재였다. 비교 자체가 아이러니했다. 되레 부담감이 없었다.”

-시청률이 안 나올까 걱정되지 않았나.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사실 잃을게 없었다. (시청률이) 안 좋게 나오면 경험했다고 생각하면 됐다. 시청률 경쟁구도에 거의 마음을 두지 않았다. 부담감에 짓눌리지도 않았고. 초심을 유지하자가 목표였다. 그런데 시청률이 회차마다 오르면서 1위를 찍고 끝났는데 나를 비롯해 현장 모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산골처녀 복실의 순수한 매력을 잘 살렸다.

“(복실이는)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 예뻤다. 20대의 여배우 누가 해도 사랑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복실을 잘 살린 데는 무엇보다 엉뚱발랄했던 대본 덕분이다. 즐겁게 촬영할 것 같았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본에 끌렸다는 얘기인가.

“신선하게 다가온게 대사가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극중 루이가 백선구를 의심하고는 ‘아저씨 기분 상한거 아니죠’라고 돌직구로 말했다. 그런 점들이 참 드라마를 동화처럼 만든게 아닌가 싶다.”

-재벌과 산골소녀의 사랑은 판타지 아닌가.

“루이와 복실의 사랑은 동화같은 분위기였다. 여기에 조인성과 엄마 금자가 더해지면서 현실감이 확 생겼다. 붕 떠있고 판타지스러울 수 있는 드라마에 현실감을 심어줬다.”

-자극적 요소를 찾을 수 없는 흔치 않은 드라마였다. 키스신조차 야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야하지 않게 보이도록 촬영했다. 기억상실에 걸린 재벌과 산골처녀가 위기를 해결한 뒤 해피엔딩을 맞는데 자극적인 양념이 더해지면 뻔하지 않았겠나.”

-서인국과 너무 잘 어울렸다.

“나조차 그런 케미가 나올 줄 몰랐다. 상대 배우가 서인국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랑 오빠랑 어떻게 될까 한참 생각했다. 오히려 윤상현 선배가 잘 어울릴 줄 알았다. 막상 해보니 감독의 눈이 정확했다. 서인국 오빠와는 일하는 스타일이 반대라 상호보완이 잘 됐다.”

-둘의 연기 중 기억나는 장면은.

“루이스러움이 확 살았던 신인데 루이가 복실에게 처음 받은 500원을 간직하고 있을 때다. 대본을 읽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소한 장면이었지만 루이는 루이스럽게, 복실이는 복실이답게 연기해 현장에서도 깜짝 놀랐다.”

-소소한 웃음이 많았다. 애드리브도 했나.

“흐름이 바뀔 정도는 아니고 현장에서의 아이디어가 대본에 많이 반영됐다. 서인국 오빠는 아이디어는 내는 편이고, 나는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레드카펫 키스신에 아이디어를 내봤다. 동네 주민들이 레드카펫을 밟지 않고 가는 모습을 보고 복실이도 바깥으로 비켜서 걸어갈 것 같았다. 엔딩신도 서인국 오빠와 같이 만들었다. 사랑해 대사는 대본에 없었는데 말을 넣어봤다.”

-찰떡 같은 아이디어였다.

“사실 촉박한 촬영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반영되기가 힘든데 ‘쇼핑왕 루이’를 통해 도움이 되는 일임을 느꼈다. 나는 아직 상대가 새로운 걸 던지면 툭 받아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약하다.”

-혹시 심리학 전공을 살려 캐릭터를 분석하지 않았나.

“심리학이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냐 묻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기에는 아직 내가 부족하다. 전공이 도움될 때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시선에서 볼 때다. 현상을 두고 여러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분석이 디테일할 것 같다.

“치밀에 상중하가 있다면 중에서 상으로 약간 기울어진 정도? 노력파라고 하면 부끄럽고 천재도 아니다. 나는 FM 같은 사람이다. 눈치가 빨라 연기하는 센스는 있는 것 같다.”

-강원도 사투리는 어땠나.

“고향도 아니고 강원도 출신의 지인도 없다. 사투리로 대사를 녹음해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다. 준비 기간이 촉박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였다. 대본 리딩 때 작가와 감독 앞에서 사투리 말을 꺼낼 자신이 없다. 다행히 좋게 봐줬다.”

-드라마 제목처럼 쇼핑을 좋아하나.

“쇼핑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물건만 사는 편이다. 사치도 없는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을 쓸 때는 여행경비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품이 끝나면 배우라는 의식이 없어진다. 대중교통을 타고 통학하는 대학생일 뿐이다. 내년 3월 복학하는데 아직 시간이 있어 활동을 겸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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