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두 남자' 최민호 인터뷰. 제공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한스경제 양지원] 이쯤 되면 가히 ‘변신’이라 부를 만하다. ‘모범돌’ 이미지인 샤이니의 최민호가 영화 ‘두 남자’(11월 30일 개봉)에서 불량 청소년 진일 역으로 기존의 바른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서늘한 눈빛부터 거친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그만큼 ‘두 남자’는 최민호에게 큰 도전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을 찾아봤나.

“물론이다. 관객들 반응과 기사를 체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평이라 ‘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놀랍기도 했다. 솔직히 기분이 많이 좋았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손색이 없다는 글을 보고 ‘아! 드디어 인정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 기분이었다.”

-‘두 남자’는 수위가 높은 작품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출연을 승낙했나.

“너무 욕심나는 작품이었는데 소속사에서 허락을 안 해줄 줄 알았다. 불안해서 ‘떼쓰기’ 계획을 미리 세웠다. 그런데 회사에서 너무 쿨하게 ‘잘 해봐’라고 하더라(웃음). 그 때부터 이 영화를 진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캐릭터였고, 뻔하지 않은 내용이라 강한 끌림을 느꼈다. 게다가 현재 내 나이가 아니면 나중에는 못할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바른 이미지를 벗고 싶었나.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나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 두려움이 더 컸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굉장히 많았다. 진일 캐릭터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생겼다. 스스로 불쌍해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낀 건 절대 아니었고, 오히려 무섭고 두려웠다.”

-구체적으로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우리 영화 자체가 설명이 많지 않다. 진일의 플래시백(회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명 자체가 별로 없다. 이성태 감독이 배우는 연기로 표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과 서로 진일 캐릭터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담배는 하나의 외적인 아이템에 불과했던 것 같다. 내적인 면은 나와 전혀 반대라고 생각하니 진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좋은 부모 밑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진일은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니 점점 진일과 비슷해진 것 같다.”

-욕설과 흡연 연기도 상당했다.

“어색하게 보일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담배 피우고 침 뱉고 이런 장면이 어색하면 안 되지 않나. 한 번은 감독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걸어가면서 담배를 한 번 피워보라고 했다. 그 때 엄청나게 연습했던 것 같다(웃음). 감독이 해병대 스타일로 잘 교육했다.”

-팬이나 대중의 반응이 염려되지 않았나.

“팬들은 늘 내가 뭘 하든지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조금 놀란 것 같긴 했다. 반응이 살짝 없다(웃음).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최민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걱정이 스스로를 가둔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모습도 있습니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마동석과 대립 구도다.

“워낙 (마동석)형은 베테랑이고 노련하다. 필모그래피만 해도 나와 몇 배 차이 난다. 시나리오에서 진일과 형석(마동석)의 긴장감이 스크린에서도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돌입하더니 내가 형보다 밀리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동석 형과 대립구도가 어색하지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마동석은 운동 트레이너 출신 아닌가, 맞는 장면이 상당히 아파 보였다.

“정말 아팠다. 이런 장면은 오히려 몇 번 찍으면 더 힘들 테니 ‘한 번에 가자’는 생각으로 모두 촬영에 임했다. 아대까지 착용하고 맞았는데 정말 아프더라. ‘아, 이게 바로 공포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아대도 아무 소용없었다.”

-촬영하면서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영화 자체가 저예산이기 때문에 굉장히 스피드하게 촬영해야 했다. 장소 헌팅도 잘 안돼서 급하게 바뀐 장소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모두 다 같이 고생하는데 힘든 티를 내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 위험한 순간 같은 건 없었다.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다 같이 고생하면서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성격인데 연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런 것 같다. 성격 자체가 모든지 한 번 하면 끝을 봐야 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자는 마인드가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성격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액션 신을 찍을 때도 무술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는데 ‘한 번 더 가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면서 욕심을 많이 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스스로에게는 이런 성격이 좋게 적용되고 있다.”

-데뷔연도에 비해 ‘연기자’로 불리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가 기회를 잘 잡지 못했던 것 같다. 대중에게 배우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처음에는 다른 사람 탓을 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배우라는 길에 갈망을 느끼고 난 뒤부터는 스스로를 많이 혼냈고, 조급함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조급해할수록 더 일이 안 풀리더라.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 시작이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모범생’ 아이돌은 연기를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 않나.

“아무래도 그런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고 계산적일수록 앞뒤를 재고 연기하는 습관이 있다. 날라리인 사람이 오히려 앞 뒤를 재지 않고 일단 질러보지 않나. 그동안 내 이미지가 모범생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착하게 살아야 돼’, ‘바르게 살아야 돼’라고 생각은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가두려고 하지 않는다.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모범생’ 아이돌은 연기를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연기를 잘하는 선배들처럼 인정을 받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증명’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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