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 인터뷰. 이호형 기자

[한스경제 양지원] 변요한은 배우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 대표작 ‘미생’에서는 특유의 능청맞은 연기로 매력을 뽐냈고,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삼한제일검 이방지로 날 선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그런 변요한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14일 개봉)에서 순애보를 지닌 과거의 수현 역을 맡아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 가슴 절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어떤 옷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변요한은 선배 배우나 감독들이 주시하고 있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불린다. 

-이번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군대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다. 동명의 기욤 뮈소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감독님이 참 리메이크를 잘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상상력만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글을 어떻게 연기로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배우라는 게 도전하는 직업이다 보니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또 김윤석, 김상호 선배님과 안세하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미생’에 이어 또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났다.

“그러게~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미생’을 하면서 느꼈는데 캐릭터의 본질적인 마음을 이해하면 연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는 거다. 장그래와 오차장의 그리고 한석율의 본질적인 마음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엇(원작 주인공)의 마음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계속 한다면, 그래도 관객에게 어느 정도 진심이 닿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김윤석과 2인 1역으로 동일인물을 연기했다.

“(김)윤석 선배가 잘 리드해줘 너무 감사했다. 아무래도 대선배와 연기를 하니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놀이터처럼 장을 열어줬다. 그렇게 해줬는데 못 놀면 예의가 아니다(웃음). 아무래도 2인 1역이다 보니 선배가 날 사랑한 것 같다. 현장에서 눈빛이 굉장히 따뜻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나 무서운 모습은 없었다. 참 따뜻하시고 섬세한 선배다.”

-동일인물 캐릭터니 김윤석을 많이 관찰했겠다.

“담배 피는 손이나 입 모양, 앉아있는 자세 등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관찰했다. 아주 똑같을 수는 없지만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현재의 내가 왜 과거로 왔을까?’라는 마음을 알고 연기하는 게 참 중요하지 않나. 30년 전 연아를 참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 수현과 현재 수현의 첫 만남에서 ‘내가 한수현인데’라고 말하는 선배를 보면서 정말 소름이 돋았다.”

-1980년대 배경이 연기하면서 어렵지 않았나.

“태어나고 한두 살 됐을 때가 영화의 배경이었다(웃음). 잘 모르는 시대였으니 아버지의 의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당시 어떤 모습일지를 연구했다. 상상력으로 나만의 수현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12세 관람가인데 채서진과의 애정신의 수위가 좀 셌다.

“그렇게 보였나(웃음)?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변요한이 아닌 한수현이고, 채서진도 연아가 아니다. 우리보다 관객들이 공감을 해야 하니 서로 마음을 합쳐서 잘 촬영했던 것 같다. 원작의 사랑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원작에서 엘리엇이 연애를 잘 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남자가 용기 내서 한 프러포즈가 아닌가. 최대한 아름다운 러브신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수현의 풋풋한 첫랑 연기가 일품이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건가.

“그런 경험이야 누구나 다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얼마만큼 좋아하고, 애정 표현을 어떻게 하고, 사랑할 때 나오는 행동들이 있지 않나.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기억이 있다. 사랑하면 표현을 많이 하고 싶지 않나(웃음). 어떤 분들은 내가 연애할 때 도도할 것 같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밀당도 못하는 편이다.”

-수현은 연아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됐나.

“남자의 희생이 아니라, 사랑하면 서로 희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아도 그 순간 내게 희생하지 않았나.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서 공감이 많이 됐다. 끝까지 내 손을 잡고 있는 연아를 억지로 뿌리쳐야 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30년 뒤 변요한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

“그때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가장이 돼 있길 바란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일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집에서는 좋은 가장이고 싶다. 연기를 안 하고 있다면 좋은 사업가가 되길 바란다(웃음).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관객과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소통의 부재가 계속되면 배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 않나.”

-작품의 흥행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

“흥행이랑 다른 것 같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흥행이 되지 않았어도 관객들에게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한석규 선배의 사진을 찍기 직전 모습이 굉장히 가슴 아프지 않나. 그런 작품을 남길 수만 있다면 배우로서는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참 어렵다. 내 뜨거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아버지가 배우 데뷔를 많이 반대했다던데.

“그랬지만 지금은 굉장히 많이 좋아해주신다. 단 한 번도 내 꿈을 지원 안 해주신 적이 없다. 한예종에 들어가면 연기를 허락하겠다고 숙제를 내 줬는데 그걸 그대로 지켰다. 지금도 숙제를 꾸준히 내준다. ‘항상 겸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늘 말씀하신다.”

-‘미생’ 이후 배우로서 위상이 달라지지 않았나.

“위상…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크다. 그저 관객 분들을 만나 소통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사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좋은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다. 몇 년이 흐르더라도 작품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류준열 지수 이동휘 수호 김희찬 등 ‘변요한 무리’가 있다.

“하하하. 그렇게 불리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사실 무리가 아니라 그냥 정말 친구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아닌 친구다. 서로 힘들 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바쁘지 않으면 자주 만나서 여러 가지 사소한 얘기도 많이 한다. 내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웃음). 그래도 사랑과 우정 중에 고르라면 사랑이다.”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