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열린 KLPGA 챔피언십 현장/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전년도 우승자 출전 의무 규정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ㆍ넵스)이 2017시즌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 오픈을 불참하면서다.

지난 2013년 무분별한 선수 유출을 막고 스폰서 예우와 대회 흥행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해당 규정을 놓고 협회 측은 본지에 “스폰서를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배경에 후원사 챙기기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KLPGA는 지난 2013년 3월 상벌분과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규 투어 우승자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다음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하는 경우 전년도에 지급받은 해당 대회 우승상금 전액을 벌칙금으로 부과한다’(제3장 14조2)고 정했다. 종전 우승상금 50%에서 100%로 대폭 강화한 것이다.

첫 피해자는 2013년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이었다. 그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스쿨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이 규정에 발목이 잡히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일정이 겹친 국내 대회에 챔피언 자격으로 나가야만 했다.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규정이 3년 뒤 박성현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LPG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박성현의 경우 상벌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가 돼 언제든 법적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돈으로 꿈을 막을 수도 없다. 시대가 변했는데 제2의 박세리(39)를 꿈꾸며 해외로 나가려는 선수들을 벌칙금으로 막아보겠다는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졌다.

대승적인 차원에서도 협회는 스폰서에 앞서 팬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외연을 넓혀 스폰서가 스스로 찾아 들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KLPGA는 거꾸로 가고 있다.

팬이 없는 후원은 없다. 후원사는 기업 홍보를 위해 거액을 들여 대회를 연다. 홍보의 중심에 팬들이 있지만 정작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고가의 입장권과 불편한 접근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TV) 앞의 시청자를 골프 대회 현장으로 이끌기 위한 KLPGA의 노력은 몇 년째 바뀌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진정으로 스폰서를 예우한다면 그 동안 흥행을 견인한 선수들에게 명분 없는 책임을 지우려고 할 게 아니라 골프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더욱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년 골프 업계는 한파를 걱정하고 있다. 골프장 이용객이 7년 만에 감소하고 이에 따라 업계 수익이 악화하며 프로골프 대회의 갤러리 수 하락 또한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해답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골프의 대중화다. 이와 관련해 뜻밖의 곳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주최한 2016 스포츠산업 대상 시상식에서 휴대용 골프 거리 측정기 보이스 캐디를 만들어 대상을 수상한 김준오 유컴테크놀로지 대표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야구ㆍ축구ㆍ농구 등 다른 국민 스포츠와 달리 편견이 있다”며 “이번 상이 스포츠 산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골프가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국내를 평정한 박성현이 미국에서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골프 대중화에 최대 걸림돌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회임에도 선봉에 서야 할 KLPGA가 르네상스 시대에 취해 가장 중요한 본질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KLPGA 관계자는 “스폰서 설명회를 통해 흥행을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하면 예전처럼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오픈 마인드로 관련 규정을 다 바꿀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도 논란의 전년도 챔피언 출전 규정을 계속 가져갈 방침인가라는 물음에는 “그 부분은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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