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인텔 낸드 인수 연내 마무리
엔비디아ㆍ퀄컴ㆍAMDㆍ인텔 등 공격적 M&A 추진
이재용, 美 출장…파운드리 공장 부지·M&A 속도 전망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두 장악을 노리는 업체 간 대규모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하다. M&A는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성장 동력이자 시장 점유율을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M&A 지연은 자칫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반도체 상위 업체 간 눈치 싸움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 경쟁당국의 견제로 M&A 장벽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적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19.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19.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최근 국내 파운드리업체인 키파운드리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키파운드리 인수로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2배 성장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중국 정부와 원만하게 협의 중이며 연내 완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관련한 경쟁당국 심사는 8개국 중 중국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인텔 낸드 공장이 중국에 있고 SK하이닉스가 중국 낸드 생산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이 이번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업체 간 인수합병은 몸집이 커진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미국·유럽연합(EU)·중국·한국·일본·영국·싱가폴·브라질 등 주요 8개국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한 곳이라도 불허하면 거래는 무산된다.

최근 TSMC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엔비디아(NVIDIA)는 ARM 인수합병 심사 대기 중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자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업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프로세서 설계 기술 공급업체 영국 ARM를 400억달러(약 47조52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영국, EU, 미국 등 경쟁당국 결합심사 허가를 통과하지 못해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각국 경쟁당국 반대로 M&A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EU집행위원회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 내년 3월에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반도체 1위 미국 퀄컴도 스웨덴 자동차부품업체인 비오니아 인수가액으로 총 46억달러(약 5조3800억원)를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비오니아의 시장가치는 38억달러 수준으로 퀄컴보다 먼저 비오니아를 인수하기로 한 마그나인터내셔널보다 높다. 퀄컴은 이번 인수로 자동차 산업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자사 디지털 섀시 솔루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AMD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반도체 업계 1위 자일링스 인수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일링스 인수 계획 관련) 당국의 규제 절차가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거래는 연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AMD는 지난해 10월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39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MD는 현재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2단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현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AMD와 자일링스 합병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인수 방안을 협의 중이고, 인텔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공장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공장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역시 오래 전부터 M&A설이 나왔으나 그간 총수 부재로 미뤄졌고, 이재용 부회장 출소 후에도 취업 제한 등으로 인해 투자 속도가 뒤처진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규모 M&A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 등이 M&A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만 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결과물은 4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기점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서면서 대규모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르면 5일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출장에서 미국 파운드리 공장 최종 부지를 확정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이 부회장 경영활동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수년째 답보 상태인 M&A 등 대규모 투자가 속도를 내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인수 대상을 찾아 양사가 계약을 확정한다해도 경쟁당국 반대로 합병이 순조롭지 못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가 M&A에서 신중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수 리스크로 그간 반도체 기술 마케팅에 매진했던 삼성전자가 정중동에서 벗어나 이 부회장이 반도체 업계 초격차 주도권을 확보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정화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